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567

도전하기 시는 참 어렵다. 수필도 어렵다. 글은 다 어렵다. 가방 끈도 짧은데 뭘 쓰겠다고 덤비는 자체가 말도 안 되는지 모른다. 오래전, 블로그를 하면서 신변잡기를 올리다 어느 비 오는 가을 아침에 '가을 아침'이란 시답잖은 시를 하나 써봤다. 그 시답잖은 시를 읽으신 블친 시인 선생님께서 시를 써 보라고 하셨다. 남의 시도 잘 읽지 않았고, 사는 게 참 힘들던 시절이었다. 그저 소설만 읽어대던 내가 아차 싶었다. 한번 해볼까?라고. 곰곰 생각해보니, 여고시절 준비물이 간단하다는 이유로 글쓰기 반에 들었다. 억지로 한 편씩 써야 해서 써냈더니 선생님께서 소질이 있다고 계속 쓰라고 하셨다. 이후로 학교 행사에서 모두가 쓰는 문집을 만들고 뜻도 잘 모르면서 제목을 '나목'이라 지었다. 보라색 천을 덮어 표지를 만들.. 2022. 12. 5.
배우는 즐거움^^ 수영장에서 여고 후배를 만났다. 커피를 줬더니 수세미를 갖다 주었다. 뭐든 주기보다 받는 것이 더 많다. 복 많은 나 다음 주부터 물감을 가져오라고 했다. 어쩌면 그림 그리며 고개를 폭 숙이고 빠져들 것이다. 붓펜으로 글씨를 그리기 연습과 그림 그리며 한 곳으로 빠져드는 때가 참 좋다. 선생님 말씀이 캘리는 글씨도 그리는 것이라고 했다. 열심히 배워서 우리 집 곳곳에 색을 칠하고 글씨를 그릴 수도 있다. 지금도 더러 거실 소파 뒤에 그림 그리고 싶다고 킥킥거리며 슬쩍 겁을 준다. 뭐든 배운다는 것은 즐거움이다. 한없는 기쁨이고 소소하지만 커다란 도전이기도 하다. 2022. 11. 25.
화담숲 올여름 직장 없는 내가 정신없이 동동거리며 보냈다. 7월 말 경에 옆에 셋째 언니 형부가 사다리에서 떨어져 발뒤꿈치를 심하게 다쳤다. 그 바람에 5주 5일을 병원에 계셨다. 광고업을 하는 사업장이라 간판과 현수막 명함 등 소소하게 일거리가 많다. 한자리에서 십 년 이상을 하다 보니 단골손님이 대부분이다. 전단지며 포맥스도 있고 종류가 생각보다 여러 가지다. 언니는 디자인을 주로 하였으나 몸으로 하는 미싱이나 다른 업무는 형부가 주로 했다. 전화도 받아야 하고 자질구레한 일도 더러 있어 언니 혼자 감당하기엔 아무래도 벅차다. 마침 남편과 내가 월수금 오전 운동을 빼면 계획된 일이 없기도 하니 조금의 힘이라도 보태고자 운동하는 시간외에 처음엔 웬만하면 사무실로 나가 일손을 보탰다. 언니가 미싱을 못해서 내 .. 2022. 10. 20.
발라드 발라당 콘서트 발라드 발라당 콘서트라니 이름부터 발랄, 상큼, 기타 등등이다. 실로 오래간만에 공연을 보러 갔다. 우리 집에서 가깝지만 서울에서는 제법 먼 곳 강촌! 강촌이라면 낭만이 떠오르고 젊음이 모여드는 곳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아니다. 지금은 나이 든 사람도 많이 간다. 그곳으로~ 강촌 문배마을을 휑하니 돌고 까만 유리가 벽을 이룬 가게에서 막걸리와 해물파전 두부김치를 먹는다. 말만 귀 아프도록 들은 말이다. 작년 재작년 누누이 귀가 아프도록 떠들어대도 절대 안 가고 버티는 사람이 있으니, 그의 고집은 쇠고집이다. 해서 나는 들들 볶기보다는 언젠가 다른 멋진 사람과 가겠다고 엄포 내지는 윽박지르고 만다. 그렇다고 다른 곳은 잘 가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소문난 맛집도 사람 많아 안 가고 길 막힌다고 안 가고 .. 2022. 10. 11.
아버지의 무릎 아버지의 무릎 이현숙 조금씩 몸피가 줄던 아버지께서 함박눈 내리던 겨울 아침에 여닫이 문을 활짝 열고 강을 향해 앉으셨다 샛바람 들이치고 눈은 날리는데 먼 데 강가를 바라보시며 빛나는 강을 보라고 내 손을 잡으셨다 일곱 살 내가 문지방을 밟고 서자 아버지는 무릎을 내밀었다 아버지 무릎의 앙상함을 지나 허벅지를 밟을 때 푹 꺼지던 얇은 물렁거림과 작은 흔들림 지병으로 빠져나간 아버지의 살은 이후로도 채워지지 않았다 아버지의 무릎 위에서 살을 찾던 내 발은 세상 속에서 오래도록 흔들렸다 흔들릴 때마다 아버지의 무릎에서 보았던 겨울 강의 눈부신 빛을 떠올렸다 아버지의 마른 손이 이끌었던 그날처럼 창 너머로 몰려온 햇살이 가슴에 머문다 오래도록 ....................................... 2022. 9. 18.
유월에 유월이면 초록의 싱그러움이 오월보다 강하다. 내리쬐던 햇살이 조금은 강렬해지고 가려주는 나뭇잎도 넓게 퍼진다. 때맞춰 며칠간 비가 내려 가뭄에 다소 도움을 줬다. 한길 왕복 8차선 도로 옆에 얼마 전 심어둔 나무가 이름도 성도 모를 정도로 배배 말라 초록잎이 갈색으로 변하고 몇 잎만 겨우 초록색이면서 쭈글하게 늘어져 있었다. 오늘쯤 이파리가 좀 넓게 펴졌으리라 믿어본다. 하필 이 시기에 나무를 죽 심어놓아 의아했다. 그곳은 다른 나무도 많아 나로선 굳이 심어야 하나 의심스러운 곳이다. 그나저나 나무가 많으면 좋기는 하다. 그 나무가 잘 자라길 바랄 뿐이다.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은지 한 달이 지났다. 은쟁반에 옥구슬은 아니어도 딩딩 기타 소리는 나야 하는데 쇳소리가 난다. 게다가 몇마디 하면 그나마 .. 2022. 6.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