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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시절

발라드 발라당 콘서트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22. 10. 11.

발라드 발라당 콘서트라니 이름부터 발랄, 상큼, 기타 등등이다. 실로 오래간만에 공연을 보러 갔다.

우리 집에서 가깝지만 서울에서는 제법 먼 곳 강촌!

강촌이라면 낭만이 떠오르고 젊음이 모여드는 곳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아니다. 지금은 나이 든 사람도 많이 간다. 그곳으로~

강촌 문배마을을 휑하니 돌고 까만 유리가 벽을 이룬 가게에서 막걸리와 해물파전 두부김치를 먹는다.

말만 귀 아프도록 들은 말이다. 작년 재작년 누누이 귀가 아프도록 떠들어대도 절대 안 가고 버티는 사람이 있으니, 그의 고집은 쇠고집이다. 해서 나는 들들 볶기보다는 언젠가 다른 멋진 사람과 가겠다고 엄포 내지는 윽박지르고 만다. 그렇다고 다른 곳은 잘 가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소문난 맛집도 사람 많아 안 가고 길 막힌다고 안 가고 평일에 다니자고 한다. 그건 뭐 지금 실업자니까 좋다.

이래저래 안 간다 하면 이제 가볍게 다른 사람과 나서든가 혼자 간다. 여기서 불편한 점은 운전을 못해서 차 세워 놓고 버스 타고 걸어서 다닌다는 거! 나는 조수석에 타고 있어도 앞에 차와 거리가 가까워지거나 자전거 타고 휙 지나가거나 사람이 근처에 보이면 기겁을 한다. 면허는 있다. 장롱 아닌 지갑에. 더러 본인 검증이 필요하면 주민등록증이 아닌 운전면허증을 내민다. 그때 아니면 운전면허증은 컴컴한 데서 딱 끼여있어 불쌍하니까 꺼낸다. 한편 나도 운전하는 척 꺼내는 거지. (키키. 사실은 주민등록증 사진보다 운전면허증의 사진이 더 잘 나왔다. 주름도 덜 보이고)

딸이 친구에게 두 장의 표를 얻어왔다. 옆지기는 발라드는 싫다며 안 간다 해서 딸과 둘이 콧바람 쐬고 좋아라 나섰다. 옆지기는 오로지 트롯이다. 밤이나 낮이나 새벽이나 트롯에 빠져 지낸다. 퇴직 후는 더하다. 안 맞아도 너무 안 맞는 음악 취향이다.

9월 25일 점심 무렵 집을 나섰다. 딸과 나는 신이 나서 점심은 일부러 굶고  북한강 줄기 따라 거슬러 올랐다. 카페에서 커피를 사들고 갔으니 분위기 최고였다.  2시부터 알리가 공연을 하고 이후로 박창근, 김재환, 적재, 이무진, 윤도현까지 유명한 가수가 나왔다. 노래를 잘하니까 가수가 맞는다지만 현장에서 들으면 엉덩이 들썩여지고, 분위기에 휩싸여 목에서 쇳소리가 나도록 소리를 지른다. 한 명의 무대가 끝나면 예의상 무조건 당연히 앙코르를 외치고 전화기 등을 켜고 왼쪽 오른쪽으로 흔드는 것도 잘한다. 모두가.

무대 왼쪽 옆으로 먹거리 장터가 죽 늘어서 있었다. 요즘은 스테이크도 있고 순살치킨도 여러 가지 맛이 다 있고 새우튀김이며 어묵 라면 떡볶이 비빔밥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돈만 가져가면 된다. 사전 정보로 일부러 굶고 가서는 떡볶이와 새우튀김 치킨을 먹고 밤이 되어 추위를 이길 겸 즉석 라면을 샀지만 3분의 1도 못 먹고 버렸다. 영 넘어가질 않았다. 낮에 너무 먹어대서 그랬다는 얘기다. 

이렇게 12시에 집을 나서서 밤 11시 반에 집으로 돌아왔다.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아 차를 빼서 나오는 시간도 꽤 걸렸다.

그래도 다음 날 딸은 출근 잘하고 나는 변함없이 씩씩하게  수영장 가서 휘젓고 다녔다. 아무렴, 피곤해도 이런 피곤은 감당하고 말고.

아직 강촌에 한 번은 더 가야 한다. 문배마을을 올해는 꼭 돌아보고 싶다.

하늘이 높고 청명한 날 콘서트장 들어서는 중

낮부터 밤까지 이 자리에서

박창근

김재환

적재
이무진
알리
윤도현(사진 자르기 기능을 못 찾음)
딸이 친구에게 편지 쓰는 중.

가만 보니 다행히 내 사진은 없다. 요즘은 되도록이면 카메라를 피한다. 사진 찍은 걸 보고 기절할 판이다. 참 서글퍼지는 가을이다. 참, 윤도현이 마지막에 나와서 앙코르 다섯 곡도 더 불렀다.

밤이라 이슬 내려 추운 관객을 위해 일어서서 팔짝팔짝 뛰게 해 줬는데 전화기의 한계인지 밤에 찍은 사진은 이상해서 다 지웠다. 낮에 찍은 사진도 그나마 겨우 얼굴 구분할 정도지만 추억으로 남긴다.

* 10월 20일에 딸이 보내 준 사진을 추가로 올린다. 윤도현도 있고 이무진도 있다. 입장할 때의 나도 있고 자리 잡고 즐기는 사진도 있어 추억할 때 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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