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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시절

화담숲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22. 10. 20.

올여름 직장 없는 내가 정신없이 동동거리며 보냈다.

7월 말 경에 옆에 셋째 언니 형부가 사다리에서 떨어져 발뒤꿈치를 심하게 다쳤다.

그 바람에 5주 5일을 병원에 계셨다.

광고업을 하는 사업장이라 간판과 현수막 명함 등 소소하게 일거리가 많다. 한자리에서 십 년 이상을 하다 보니 단골손님이 대부분이다. 전단지며 포맥스도 있고 종류가 생각보다 여러 가지다. 언니는 디자인을 주로 하였으나 몸으로 하는 미싱이나 다른 업무는 형부가 주로 했다. 전화도 받아야 하고 자질구레한 일도 더러 있어 언니 혼자 감당하기엔 아무래도 벅차다.

마침 남편과 내가 월수금 오전 운동을 빼면 계획된 일이 없기도 하니 조금의 힘이라도 보태고자 운동하는 시간외에 처음엔 웬만하면 사무실로 나가 일손을 보탰다.

언니가 미싱을 못해서 내 손이 필요할 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옆에서 늘 챙김만 받다가 도와줄 때도 있다니 마음이 뿌듯했다. 남편도 현수막 마무리를 하고 더러 물건을 찾아오고 갖다 주기도 하며 함께 바쁜 나날을 보냈다.

형부 퇴원 후에도 한동안 일거리가 밀리면 가서 도왔다. 그렇게 8월과 9월이 지났다. 시월에도 일거리가 많을 때면 가서 도우고 함께 밥을 먹고 커피도 마시며 즐겁게 보냈다. 형부는 퇴원은 했지만 여전히 목발을 짚고 걸어야 하고 운전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일거리 많으면 부르라고 당부를 했으나 지난주부터는 형부가 하시는지 부르지 않았다.

 

셋째 언니 둘째 아들은 아기 때부터 참 사랑스럽고 든든하고 착한 조카였다. 스물다섯의 내 눈엔 천사였다.(한동안 그 조카에게 푹 빠져 지내서인지 조카가 결혼하여 낳은 딸까지 정말 예쁘고 사랑스러운 존재다)

우리 부부가 형부 사고로 도와줘서 고맙다고 화담숲 예약을 해줬다. 엘지 직원이라 리조트 1박과 화담숲 입장료까지 표를 끊어 주더니 카드까지 주고 갔다. 덕분에 곤지암 화담숲을 다녀왔다.

10월 6일에서 7일이었으니 벌써 2주가 지났다. 

가을색이 들기 전이라 계절도 딱이고 거닐기도 딱 좋았다. 우거진 숲, 아름드리 꽃과 갈대, 수국, 핑크뮬리, 국화며 듬직한 소나무와 전나무... 걷기 좋은 길과 분재원, 꽃 정원, 계곡을 사이에 두고 걸으니 물소리가 따라다녔다.

숙소 역시 모두 남향으로 지어졌고 밤새도록 물소리가 시원스레 들렸다. 먹거리는 입맛대로 다 있어 좋고 요즘같이 단풍들  때 가면 더없이 좋을 곳이다. 이번에는 조카 찬스 제대로 썼다. 

 

형부는 더운 여름 난생처음으로 긴 휴가를 병원에서 보내셨고, 우리 부부는 잠시나마 생활에 활력이 생겨 여름을 시원하게 보냈다.

지금도 부르면 달려갈 곳이 있기는 있다. 다니던 회사에서 장부 정리와 세무적인 일로 간간이 부른다. 이른바 아르바이트다. 이런 점이 약간의 긴장도 되고 활력이 된다. 그래도 다시 직장인이 되어 메이고 싶지는 않다. 짬짬이 가까운 곳으로 여행하고 때로 먼 곳으로 여행하며 지낸다. 

화담숲 

분재원에서
거의 돌고 내려오는 길. 줄을 서서 사진 찍는 곳에서

부끄럽... 경치 사진이 없어서 얼마나 좋은 곳인지 살짝 배경이라도 보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