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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보석상자30

저녁나절 강물 구경 장마가 시작되자 가물어서 비를 기다리던 마음은 슬그머니 사라졌다. 눅눅해진 빨래며 사방 습기가 가득해 벽지가 이스트에 재워 둔 밀가루처럼 보풀보풀 공간을 차지하며 영역을 넓힌다. 실내에 널어 둔 빨래에선 퀴퀴한 냄새가 집안을 메우기 시작했다. 제습기를 틀어서 말려도 뽀송.. 2018. 3. 28.
빈집 어머니의 주름이 조금씩 늘어가기 시작할 때 아버지 손으로 쌓아 올린 벽돌집도 조금씩 낡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니가 벽돌집에서 넓은 방을 두고 몸 하나 겨우 뉠 작은 방을 택해 꼭 필요한 옷가지 몇 벌과 함께 사시면서 날마다 바래지셨습니다. 텔레비전은 때로 잠잘 때도 켜져 있.. 2017. 10. 13.
아버지와 찍은 사진을 보며 추억한다. 아주 오래된 사진 (어찌어찌 살다 보니 앨범을 몽땅 다 잃어버려서 큰 언니가 간직하라며 가져다준 어릴 적 사진) 아버지의 옷은 몇 벌이었을까? 외투는 돌아가실 때까지 두루마기밖에 기억에 없다. 굳이 애써 생각해보면 누런 황금색의 한복 마고자인데 같은 황금빛의 자잘한 무늬가 있.. 2014. 9. 18.
노란 더위 그때 더위는 늘 노란색이었다. 노란 햇살이 흙길 위에 내리쬐던 여름날의 노란 더위! 그 후로 줄곧 더위를 떠올리면 노란빛이 먼저 떠올랐다. 뒷마당에서 아버지와 어머니는 번갈아 가며 도리깨질을 하였고 곡식을 널어놓고 뒤적거렸던 기억이 가물가물 난다. 노란 더위가 노란 길 위에.. 2014. 8. 12.
오늘은 아버지가 몹시 그리운 날 오늘은 아버지 기일이다.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 본다. 아버지에 대한 최초의 기억은 늘 낡은 국어책 속의 삽화처럼 흑백으로 드문드문 떠오르는데 언제가 최초인지는 모른다. 한겨울밤 친구들과 놀다가 느지막이 오셔서 잠자는 딸들을 깨우고 저고리 속에 숨겨 온 단팥빵 찾기를 즐기시.. 2014. 7. 21.
아마도 이런 봄날 아마도 이런 봄날이었던 듯하다. 우리 동네 양지마을이 발칵 뒤집혔던 날이! 그날 아무것도 모르고 폴짝거리며 개구리 겨울잠 깨듯이 꽃샘추위도 아랑곳없이 입학식에 상급학교 진학에 작은 동네는 더없이 들썩거리고 있었다. 하릴없이 뒷동네로 겅중거리며 뛰어다니기도 하고 논밭에 .. 2014. 3.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