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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보석상자

빈집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17. 10. 13.

 어머니의 주름이 조금씩 늘어가기 시작할 때

아버지 손으로 쌓아 올린 벽돌집도 조금씩 낡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니가 벽돌집에서 넓은 방을 두고 몸 하나 겨우 뉠 작은 방을 택해

꼭 필요한 옷가지 몇 벌과 함께 사시면서 날마다 바래지셨습니다.

 텔레비전은 때로 잠잘 때도 켜져 있어야 하는 유일한 친구였고요.

작은 서랍장 하나는 이불과 요를 올려놓을 선반이 되었습니다.

 양쪽 벽엔 나란히 아버지 손가락 같은 옷걸이가 가로로 다섯 개씩

일정한 간격을 두고 붙박여 있고 낡은 수건 하나 몇 년째 그곳에 걸려 있습니다.

농약 방에서 준 하얀 모자도 수건 건너 한 자리 차지하고 사철 걸려있지요.

천장과 백열등 위엔 파리똥이 점점이 찍혀있어 누군가 살았었음을

알게 해주지요.


 홀로 계시던 어머니의 방문 앞 댓돌 위엔

하얀 고무신이었다가 파란 슬리퍼였다가 납작한 단화였다가

언젠가부터 털 달린 검정 슬리퍼가 한여름에도 그곳에 놓여 있습니다.

 대문 없는 길갓집을 지나는 모두가 몇 년째 비어 있는 주인의 안부가 궁금하겠지요.

뒤꼍을 돌아 마당 가엔 틀어도 물 한 방울 나오지 않는 수도꼭지가 빙빙 헛돌고

물이끼가 퍼렇게 멍처럼 퍼져 있습니다.

 빈집을 돌아보면 오만가지 추억들이 가을과실처럼 주렁주렁 열리고

아쉬움도 그만큼 매달립니다.


요양하기는 이곳이 제격인데 말이지요.

시골집 풍경...시골집 풍경...시골집 풍경...시골에서(우리 엄마 모습)시골에서(우리 엄마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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