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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 영화, 공연)32

칠성별, 지상에 빛나다 (수상 소감) 친정에 갈 때면 늘 설렜다. 부모님이 살아계신 것만으로도 포근한 안식이 되고 세상살이 고달픔도 잊게 되어 자주 가려고 애를 썼다. 4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로 설렘은 슬픔으로 바뀌었다. 자주 가려던 발길은 자연스레 뜸해졌다. 지난 2월 어머니 기일에 영천댐 초입의 공원묘지에 들렀다. 부모님과 선조들의 흔적은 작은 비석에 몇 줄 글씨로 새겨졌다. 흔적은 오래도록 남아 자식에서 자식에게로 이어지리라. 그날 기계면 성계리로 갔다. 겨울인데도 따사로웠고 바람마저 잠잠했다. 고요함 속에서 봄이 멀지 않았음을 느끼며 마을 속에 잠든 고인돌을 찾았다. 성계리 마을 회관에는 어르신들이 모여있었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만난 듯 반갑고도 서러웠다. 쭈뼛거리며 내밀었던 사탕 봉지를 받으시곤 커피를 타서 주시던 쪼글쪼글한 .. 2023. 12. 8.
수필; 칠성별, 지상에 빛나다(이현숙) 칠성별, 지상에 빛나다 (이현숙) -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입선 - 너른 들판을 가로지르며 형산강이 유유히 흐른다. 산에서 흘러내린 토지가 비옥해 작물이 풍성하다. 철 따라 부족을 이끌고 먹잇감을 찾아다니던 조상이 문명의 뿌리를 내린 곳이다. 그래서인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여행하는 기분이다. 일곱 고인돌이 있어 칠성마을이라 불리는 기계면 성계리다. 초입에 들어서자 빛바랜 벽화가 눈길을 끈다. 동굴 속에 아이를 안은 여인과 매머드를 잡는 원시인의 그림이다. 골목을 따라 들어서니 포항 행복마을이라 쓰인 반듯한 돌 위에 큼직한 별이 떴다. 별 속에 든 시계를 들여다본다. 시곗바늘을 얼마나 거꾸로 돌려야 저 시대로 돌아갈까, 조용히 눈을 감는다. 벽화 속 여인이 사내를 배웅한다. 긴 장대와 뾰족한 돌을 .. 2023. 11. 24.
수필 ; 헌책방을 읽다(김이랑) 제6회 천강문학상 수상작 헌책방을 읽다 김이랑 텅 빈 가게, 빛바랜 간판만이 여기가 한때 버림받은 책들의 처소였음을 알린다. 아무런 안내가 없는 것으로 보아 머지않아 지도에서 사라질 모양이다. 발품을 보태 법서를 사던 시절부터 허기를 채워준 곳인데, 허전한 걸음으로 나는 다른 보물섬을 찾아 떠난다. 헌책방의 질서는 뒤죽박죽이다. 정해진 자리는 형식일 뿐 계급이나 서열이 없다. 펄벅의 대지 위에 한국의 야생화가 피고 백과사전에 눌린 시집이 숨을 못 쉬겠다고 엄살을 떠는가 하면, 돈키호테가 이순신 장군에게 창을 겨누며 어서 칼을 빼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큰스님의 어깨에 발을 척 걸친 동화를 보며 명랑만화가 깔깔거리고 명심보감이 옆에서 웃음을 꾹 참으며 앉아있다. 법전을 깔고 앉은 사형수의 참회록과 명작 위에.. 2023. 3. 23.
김이랑 작가님 문예창작실 서울 강의(제2기 수강생 모집) ◆수강 대상(시, 수필, 소설, 동화) - 문장의 기초부터 탄탄히 다질 분 - 여러 강좌를 들어도 작품이 나아지지 않는 분 - 틀에 박히지 않는 새로운 강의를 찾는 분 - 수준 높은 과정을 통해 실력을 키운 뒤 신춘문예 및 공모전으로 나갈 분 - 등단했지만 실력을 더 키울 분 ◆커리큘럼 - 문장반 6개월 ; 감각적 글쓰기 실전서 (문장의 문학적 메커니즘) 공부 문장의 원리와 문학적 문장을 익힘 다양한 문장 쓰기 연습(스무고개) - 중급반 1년 ; 수준 높은 작품을 창작, 개인의 목표를 지향(신춘문예. 공모전) - 심화반 2년 ; 등단 및 작품집 발간, 아르코 창작기금 준비 ◆수강 비용 ; 문장반 6개월 50만 원(매회 강의실비 5천 원) 이후, 창작반 이상은 반 편성에 따라 추가됨 ◆장소 및 시간 - 장.. 2023. 3. 6.
교열 기자의 오답 노트 교열 기자의 오답 노트 (박재역 지음) 오늘은 이 책을 소개한다. 이 책을 쓴 박재역 선생님은 중학교 교사였는데 그만두고 동아일보 교열 기자로 입사했다. 퇴직 후에는 우리말의 바른 표기를 위해 책을 쓰시고 지금도 곳곳에서 강의하신다. 2005년부터 다음 블로그를 시작했다. 그럭저럭 18년이 되어간다. 처음엔 넋두리하고자 시작했고 지나온 날을 기록하면 어떨까 해서 시작했다. 그때는 먹고살기 바빠서 취미를 찾아다닐 틈이 없었다. 경제적, 시간적으로 그랬다. 해서 시간 나면 그저 책에 코를 박고 있는 것이 낙이었고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었다. 그러다가 끼적거리며 다른 세상을 만났다. 가족과 회사의 테두리에서 얼굴도 모르는 낯선 사람들이 써주는 댓글에 마음이 밝아졌다. 내 안을 채웠던 까만색이 하얀색과 섞이면서 .. 2023. 1. 2.
김이랑 작가님 서울 문예창작실 특별 강의 수필가이자 문학평론가이신 김이랑 작가님은 대구에서 문예창작실을 운영하고 계신다. 코로나19 전에는 한 달에 한 번씩 대구까지 가서 강의를 들었다. 서너 번 가고 못 갔다. 내가 김이랑 작가님을 알게 된 것은 신춘문예공모나라 카페를 통해서다. 거기에 작가님의 수필 여러 편이 소개되어 있다. 맨 처음 읽은 수필이 '헌책방을 읽다'였다. 그 수필을 읽자마자 머리에 뭔가 번쩍하면서 전율이 일었다. 이런 글이 진정한 수필이구나! 이렇게 써야 하는구나! 하며 작가님의 수필을 찾아 읽었다. 이미 여러 공모전에서 수상하셨고, 작가님의 수필은 감히 누가 토를 달 수 없고 따라가기 힘든 높은 경지에 오른 작품이다.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분이라 여러 공모전에서 심사도 하신다. 하지만 제자들이 응모하는 공모전은 절대 심사 의.. 2022. 12.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