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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보석상자30

장마 2 방학을 며칠 앞두고 장맛비는 그칠 줄 모르고 내렸다. 빗줄기는 세력이 약해져 보슬보슬 내리다가 조금 더 굵어지다 했다. 하교 시간 선생님께서 "내일도 비가 많이 오면 개울 건너 사는 사람들은 결석해도 되니까 학교 오지 마라" 하셨다. 이 무슨 횡재?! 하면서 다리 건너 소미기 사는 친.. 2011. 7. 27.
장마 1 긴 긴 장마다. 해마다 장마는 잊지 않고 찾아온다. 어릴 적 장마 때 기억은 아름다운 추억도 있지만 어둡고 서늘한 추억도 몇 가지가 있다. 냇물이 모여서 큰 강으로 이어지는 황토물을 일부러 구경하러 나서기도 하고 냇가에 퍼덕거리며 우왕좌왕하는 물고기들을 잡기도 하고 산에 있는 .. 2011. 7. 14.
어느 봄날의 기억 개울 건너 외삼촌 댁에는 외사촌 오빠가 셋 있었다. 촌에서 농사를 짓던 큰오빠는 배운 것도 없고 내세울 것도 없어 결혼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때만 해도 시골로 시집오겠다는 여자는 점차 줄어들던 시절이었다. 근방에 소문을 내고 본격적으로 여자를 구하기 시작한 것은 큰오빠가 서.. 2011. 4. 6.
유년의 겨울 날 내 유년의 기억은 항상 먹을거리와 아버지다. 오래전 기억 저 너머의 겨울은 쌩쌩 부는 바람 소리와 함께 나뭇가지에는 이파리 하나 없이 산도 들도 모두 휑하니 회갈색으로 덮여 있고, 아침에 깨어보면 작은 물웅덩이에도 살얼음이 얼어 있던 그맘때. 그런 초겨울 즈음이었던 것 같다. .. 2011. 2. 15.
가을날의 추억 오늘처럼 햇살곱고 맑은 가을날이었다. 토요일 오후 중간고사 시험을 끝내고 우리는 끓어오르는 피와 질풍노도의 시기라는 이름아래 친구네 집 순례길에 올랐다. 시골 구석에서 살다 시내 여고에 다녔으니 갈곳도 많았고 안 가 본 동네도 많았다. 그날은 단포 삼사관 학교 근처에 있는 .. 2010. 10. 9.
진달래가 곱게 피던 그때 시골 동네의 이름중 안빠지는 이름이 '양지' 이다. 내가 태어나서 자란 동네는 늦잠이라도 자려하면 일찌감치 창호지를 지나 튀어 나온 내 이마까지 찾아오는 햇살때문에 눈을 찡그리며 깨야 하는 정남향의 우리 동네 양지 첫집이다. 맞은 편에 음지 동네가 있다. 흐드러지게 봄꽃이 필때.. 2010. 4.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