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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의 느낌...

도전하기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22. 12. 5.

시는 참 어렵다. 수필도 어렵다. 글은 다 어렵다.

가방 끈도 짧은데 뭘 쓰겠다고 덤비는 자체가 말도 안 되는지 모른다.

오래전, 블로그를 하면서 신변잡기를 올리다 어느 비 오는 가을 아침에 '가을 아침'이란 시답잖은 시를 하나 써봤다. 그 시답잖은 시를 읽으신 블친 시인 선생님께서 시를 써 보라고 하셨다. 남의 시도 잘 읽지 않았고, 사는 게 참 힘들던 시절이었다. 그저 소설만 읽어대던 내가 아차 싶었다. 한번 해볼까?라고. 곰곰 생각해보니, 여고시절 준비물이 간단하다는 이유로 글쓰기 반에 들었다. 억지로 한 편씩 써야 해서 써냈더니 선생님께서 소질이 있다고 계속 쓰라고 하셨다. 이후로 학교 행사에서 모두가 쓰는 문집을 만들고 뜻도 잘 모르면서 제목을 '나목'이라 지었다. 보라색 천을 덮어 표지를 만들었고 속지에는 글과 삽화 몇 개를 그렸다.

 

어쩌다 보니 적성에 맞지 않는 직업에 뒤척이다 공채하는 기업에 도전하여 합격했다.  대체적으로 싫어하는 경리 업무에 종일 숫자를 가지고 이리 튕기고 저리 모으고 빼고 더하며 몇 년을 사회인으로 자리 잡았을 무렵, 회사에서 여직원들끼리 사보를 만들자는 안건이 오갔다. 부천공장 부평공장 서울 본사 직원이 꽤나 되었다. 그때 글을 써냈다가 맨 앞 페이지를 장식했다. 아직도 생각나는 첫 줄의 기억은 '또각또각 아침을 밝히며...' 출근길 모습과 회사에서 일하는 나름의 사명과 긍지의 글이었다. 선배들 퇴직하고 자연스럽게 문예부장이라는 얄팍한 직을 받아 두 달에 한 번인지 등사기로 밀어 가운데를 푹 찍어서 몇 권을 만들어 돌렸다. 글씨도 손글씨였으니 지금 생각하면 16절지 갱지에 먹물이 곳곳에 묻어났던 소박한 시절이었다.(다시 태어나면 국문학 전공해서 제대로 된 글을 써보고 싶다)

 

그러다 퇴직하고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는 산전수전 공중전 두루 경험하고 오늘날에 이르렀다. 각설하고...

다른 사람들처럼 몇 시간에 걸쳐 오가며 공부하지도 않았고 인터넷 강의도 듣지 않은 채,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남의 시를 읽고 시 잘 쓰는 법이나 논평, 글쓰기 책을 찔끔찔끔 읽었다. 혼자서 써보고 지우고 묵혀뒀다 퇴고하고 그랬다.

이러니 재주도 없는데 실력이 좋아질 리도 만무다. 올해는 문득 떠올라 써뒀던 시를 뒤적거려 보냈다. 동서식품에서 2년에 한 번씩 공모한다. 4년 전에 처음 보냈다가 맥심상을 받아 엄청 좋아했다. 2년 전에는 시어머니 돌아가시고 정리하다 시기를 놓쳐 응모하지 못했다. 올해도 한 번 보내볼까 하며 보냈다. 많은 여성이 응모를 한다는 사실이 놀랍다. 4년 전보다는 숫자가 줄었다. 그땐 2만 편이 넘었는데 이번에는 18,539편이다.

그중 400등 안에 들었다면 감사한 일이 아닌가 한다. 이렇게 맥심상이어도 상장까지 있어 기쁘다. 책 3권과 캘리그래피 액자와 맥심 커피믹스 50개짜리 한 상자가 택배로 왔다. 저무는 올해도 마음 가득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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