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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의 느낌...

아버지의 무릎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22. 9. 18.

아버지의 무릎

 

                             이현숙

 

조금씩 몸피가 줄던 아버지께서

함박눈 내리던 겨울 아침에

여닫이 문을 활짝 열고 강을 향해 앉으셨다

샛바람 들이치고 눈은 날리는데

먼 데 강가를 바라보시며

빛나는 강을 보라고 내 손을 잡으셨다

일곱 살 내가 문지방을 밟고 서자

아버지는 무릎을 내밀었다

아버지 무릎의 앙상함을 지나 허벅지를 밟을 때

푹 꺼지던 얇은 물렁거림과 작은 흔들림

지병으로 빠져나간 아버지의 살은

이후로도 채워지지 않았다

 

아버지의 무릎 위에서 살을 찾던 내 발은

세상 속에서 오래도록 흔들렸다

흔들릴 때마다 아버지의 무릎에서 보았던

겨울 강의 눈부신 빛을 떠올렸다

아버지의 마른 손이 이끌었던 그날처럼

창 너머로 몰려온 햇살이 가슴에 머문다

오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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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노느라 시간을 보냈다.

퇴사한지 어언 1년 10개월째다. 퇴사 전 마음 먹은대로

읽고 싶은 책 실컷 읽기를 목표로 하고 무작정 읽었다.

화도 도서관에 드나들며 대여했다. 스무 권 쯤은 옆에 셋째 언니한테 빌려 읽었다.

독후감이 백 수십 편이 되었다만 글 솜씨는 늘지 않는다. 그렇다고 머릿속에 남는 것도 없다.

그저 편안하게 그렇게 살았다. 블방은 비워두고 국내 여행을 많이 다녔다.

작년 유월까지 근무였던 남편이 재작년 말까지 근무하고 공로연수 6개월을 냈다.

함께 여행하며 동남서를 훑었다. 게을러지니 블방에 올리기도 귀찮아 패스했다.

그러다 지난 4월엔가 동서커피가 발간하는 '사람과 사람, 함께하는 삶의 향기' 5,6월호에

가족을 제목으로 시 공모가 있었다. 다섯 명 뽑는다기에 그냥 응모해봤다.

1등만 책자에 소개되고 나머지 4명은 그냥 이름만 나왔다.

상품으로 카누 아메리카노 100개들이와 슈프림골드 믹스 170개 짜리가 어느 날 예고없이 배달되었다.

그래서 당선된 줄 알았다. 정말 별 것도 아니고 실력도 부끄럽다.

그저 장민호의 '내 이름 아시죠'란 노래를 듣고는 짧게 써놨던 글을 슬쩍 시로 뭉뚱그려 보냈던 거다.

그러나 저러나 작거나 크거나 부끄럽거나 말거나 기분은 좋았다.

하나의 추억으로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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