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명세서를 쓰다가
택배 용지를 쓰다가
장부에 깨알 같은 글씨를 쓰다가
자꾸만 실수합니다.
겨우 익숙해진 숫자 2016이 부드럽게 쓰이는데
다시 2017로 바뀌고 보니 빨리 따라가지 못한 머리보다
손이 먼저 2016으로 써 버립니다.
수정 펜으로 고치고 다시 쓰면서 또 틀리기도 합니다.
익숙함이란 쉽게 고쳐 지지가 않네요.
해가 바뀔 때마다 느끼는 것은
나이에 익숙해지는 일
그 또한 겨우 익숙해 질 무렵이면 또 해가 바뀝니다.
세월이 나이와 같은 속도로 간다더니 맞습니다.
기억력은 스멀스멀 뒷걸음치고 세월은 ktx처럼 달려갑니다.
익숙해지려 나름대로 신경을 곤두세웠습니다.
한 번도 겪어보지는 못해도 많이 들어본 것들.
익숙함은 세상에 만연합니다.
익숙한 청탁
익숙한 비리
익숙한 봐주기
익숙한 기각
익숙한 유전무죄(有錢無罪)
모르쇠, 떠넘기기, 기억력 상실, 네 탓이오!
모든 국민이 아주 익숙합니다.
언제쯤 익숙함을 털고 새로운 것에
바로 적응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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