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무덤이 날로 늘어만 간다.
수런거리는 나물들 사이 초록으로 감싸진 수많은 무덤.
이른 아침 산꾼들이 무리 지어 길 양쪽에서 산으로 오르고 있었다.
산꾼들의 손엔 전기톱과 무덤에 쓰일 초록 보자기가 들려있고
단단히 여밀 노끈을 어깨에 걸쳤다.
한 면이 붉게 칠해진 장갑을 주머니에 푹 찔러 넣고,
무장공비가 썼음직 한 모자를 쓰고, 해진 안전화는 진흙이 묻은 채
신발 끈이 치렁하게 너덜거리지만, 터벅터벅 잘도 걷는다.
손가락에 끼어있던 담배를 산에 들어서기 전 굽은 도로를 향해 휭하니 던진다.
다행이다. 사실 처음부터 담배가 신경 쓰였다.
그들에겐 일상인 작업이라 느긋하고 나른해 보이기까지 한다.
잠시 후 서슬 퍼런 소나무가 하나둘 쓰러지겠지.
생의 마감이란 소나무인들 서럽지 않을까?
산꾼들이 소나무에 다가설 때 파리하게 떨릴 소나무의 마음이 아프다.
서럽게 울어도 들리지 않는 소나무의 울음을 눈으로 읽으며 '재선충'이라는
세 글자를 미워한다.
군데군데 베어진 소나무들이 엎드려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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