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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의 느낌...

외줄타기(시) 이현숙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23. 5. 12.

외줄타기

  

 이현숙

 

하루살이 날갯짓을 눈여겨보면

밝은 곳을 향한 발버둥이 있다

높은 곳은 오를수록 밝고

낮은 곳은 낮아질수록 어둡다

 

고지서가 날아다니는 낮은 방에서

엄마가 울면 따라 울고

아빠가 소리치면 납작하게 엎드렸다

 

줄을 타기 시작한 아빠가

높은 곳은 눈이 시리다며 찡그리자

엄마가 웃는다

웃음은 낮은 방을 삼키고 나를 삼킨다

하루살이는 여전히 가로등에 오른다

 

줄이나 빽이나 비빌 언덕보다

여문 동아줄이 낫다고

별이 총총한 새벽 집을 나설 때

아빠의 얼룩진 작업복이 부스럭거리면

게슴츠레한 눈으로 꾸벅 인사한다

“다녀오세요”

 

쓰윽 쓱 아빠의 손길이 지나간 자리

아파트 벽이 환하게 밝아진다

 

심사평;  외줄을 타고 아파트 벽면을 도색하는 아빠의 노동을 희망의 빛으로 

              잘 치환하였습니다. (천수호 시인)

 

 

슬그머니 자랑질이다.
동서식품에서 '만남', '응원' 두 가지 주제를 놓고 시를 공모했다.
응원에 대해 써 보냈다. 마침 우리 아파트 도색하는 기간이었다.
서툰 시를 자꾸만 쓰게 되어 부끄러운데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되어 괜히 좋다!
앞으로 또 시를 쓰고 싶을까 봐 살짝 염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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