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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산의 품은 늘 좋다 아파트 정문에서 왕복 4차선 도로를 건넌다. 버스정류장을 지나 담벼락을 타고 1분 정도 걸으면 폭이 좁은 철제 계단이 나온다. 스물두 개의 계단을 오르면 한 사람 지나갈 정도의 오솔길이 이어진다. 양 옆으로 닭의장풀과 질긴 억새풀과 뒤엉킨 초록들이 들쑥날쑥 나를 당긴다. 제법 비스듬히 올라야 하는 길목엔 어린 소나무도 많다. 작년에 화도읍에서 약간의 손을 봤다. 가운데 길을 중심으로 양쪽에 둘레길을 만들었다. 멍석을 깔고 쉼터를 일곱 개나 만들어 놨다. 어느 날, 보온병에 커피를 타고 쌀과자 세 개를 넣고 얇은 돗자리를 챙기며 책 한 권과 노트에 볼펜까지 넣은 가방을 메고 올랐다. 오전이라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 않아 데크로 만든 쉼터에 자리를 잡았다. 흠~ 시원한 바람과 슬슬 넘어가는 페이지! 좋았다. .. 2021. 6. 30.
별을 셀까? 양을 셀까? 입원실에선 환자 침상이 호텔이라면 간병 의자는 여인숙이다. 남편이 잠시 휴게실을 서성이는 동안 에라 모르겠다고 침상에 올라가 드러누웠다. 세상에 이리 편할 수가! 아침이면 접었다가 저녁이면 펼치는 삼단 짜리 의자와는 확연히 다르다. 휴일 오후 병실은 서울 한복판에 있어도 외딴섬 같다. 코로나19 환자 전담 병원이라 5층에서만 지내야 하니 딱히 갈 곳도 없지만 갑갑함이 똬리를 튼다. (6층부터 7층까진 코로나19 환자가 입원 중이므로 움직이기 불안하다) 이 와중에 삼시 세 끼 따박따박 챙겨 먹으니 배가 펑퍼짐하다. 나는 복도 많지! 병실 거주 간병인이 생콩 같은 나를 보고 밥 없다 하니 쌀 있다고 밥을 지어 한 끼씩 먹기 좋게 봉지에 담아 수북하게 건네신다. 이 나이에 새삼 사람 사귀기도 귀찮고 병실에서 .. 2021. 6. 6.
민들레 그림전(박은라 화백) 병원 예약 시간보다 1시간 반 일찍 도착했다. 하릴없이 돌다 민들레를 만났다. 여름이나 겨울이나 사시사철 볼 적마다 초록잎 무성하고, 노란 꽃을 피우고, 홀씨를 날릴 준비를 하고 있다. 하늬바람에도 돌개바람에도 따라나설 채비를 노랗고도 하얗게 꾸리고 있다. 여행지가 보도블록 사이라면 무전 여행자의 꿈을 엿보고 초록 들판이라면 잡초들의 속삭임을 듣는다. 비가 잦아서일까 하늘은 높고 푸르며 구름은 몽실몽실하다. (로비에서 시간 보내기) 2021. 6. 3.
아들의 선물 제비꽃. 오늘로서 직장생활 마지막이다. 다시 직장인이 될 날이 있으려나 모르겠다마는 그토록 원하던 퇴직인데 딱히 기쁘다고 표현할 만큼의 크기가 아니다. 그저 믿어지지 않을 뿐이다. 무덤덤하다고 할까? 내일 아침 눈을 떴을 때 서두르지 않아도 되면 그때 어떤 기분일까? 아들이 퇴직 선물이라며 지난번에 써 준 시를 동영상으로 만들어서 보내왔다. 시 제목은 제비꽃이었는데 엄마의 눈에는 참 잘 쓴 시로 보였다. 아들이 눈에 비친 엄마의 모습이 이랬었나 보다. 여기 올려질지 모르겠다.(여기까지 작년 11월 30일에 쓰다 만 글) .......................................................................................................... 2021. 4. 13.
뒤죽박죽 살아가기 이런 일이 있습니다. 우리 회사는 원래 소규모라고 제가 누누이 말씀드렸다시피 직원도 몇 안 됩니다. 매출이 급감한 3월에도 출근은 했고요. 사장님께 슬쩍 정 어려워지면 무급휴직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그 물음에 사장님이 바로 잔머리 굴리지 마라고 하셨습니다. 어이가 없더라고요. 이게 잔머리인가요? 그 말 들으니 엄청나게 기분 나빴습니다. 생각해서 한 말인데 2월 중순부터 매출 급감에 3월엔 코로나 직격탄으로 총매출이 몇십만 원이었습니다. 4월에는 작년 매출보다 오히려 더 많았습니다. 5월이 되자 어디서 들으시곤 유급휴직 신청을 하라시며 4월에 왜 이런 걸 신청하지 않았냐고 버럭!~ 아니, 정상 출근하는데 왜 유급휴직을 신청합니까? 나랏돈이라고 아무렇게나 받아도 되는 건 아니잖.. 2020. 6. 9.
그대를 기다리는 여름 우리 동네 곳곳 교차로 옆에 세워진 그늘막. 아직은 기다림에 익숙한 듯 보인다. 오가는 차량과 사람들을 바라보며 여름이면 품으로 안겨올 그대를 기다리는 의젓함! 설렘을 품고 그날을 기다리는 넉넉한 품. 햇살도 가려주고 소나기도 가려줄 진초록 그늘막 '햇살 내리쬐는 여름날 그대의 그늘이 되길 기다리며' 참 예쁜 글과 색이라 자주 보는 데도 볼 적마다 마음 한 켠이 파랗게 물든다. 괜스레 나도 설렌다. 뜨거운 여름날도 거리는 사랑이 펼쳐질 것만 같다. 사진을 바로 세우려니 방법을 모르겠네요. 아시는 분은 좀 가르쳐주세요^^ 2020. 5.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