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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참을 걸 그랬나 이달 초에 지인이 제주 여행하면서 귤 한 상자를 보냈다. 귤은 달고 맛있었다. 그득한 귤을 나눠 먹으려고 봉지에 담으면서 보니 더러는 썩고 얼은 것이 많았다. 날씨 탓에 그러려니 했다. 그러다 아래로 내려가니 깨진 것이 너무 많았다. 아무리 택배사에서 많이 싣더라도 이렇게까지 눌리고 깨지며 마른 듯하게 죽죽 금이 갈까 싶어 귤 상자에 들어있는 전화번호로 문자와 사진을 보냈다. 여남은 개라면 모를까 상태가 온전치 못한 건 이미 대여섯 개를 버렸는데 이건 아무래도 심한 것 같다고 했다. 사진과 문자를 보내놓고 20분이 지나도 소식이 없어서 전화를 걸었더니 사진을 보고 전화를 하겠다더니 잠시 후 전화가 왔다. 자신이 봐도 이건 좀 너무하다 싶다며 죄송하다고 다시 보내주겠단다. 많이 보낼 필요 없으니 조금만 보.. 2022. 12. 25.
뜨개실 방석 네 명의 언니 중 네 번째 언니는 다른 세 명의 언니보다 나랑 조금 더 가깝다. 나이가 세 살 차이로 바로 위 언니라 이론적으로 그렇다. 속엣말을 털어낼 때 잘 들어주고 언니 가족 다음으로 나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형부보다 내가 먼저라나(이 말의 정답을 안다) 살면서 내가 가장 지치고 초라했던 근 10년을 아무 말없이 응원해줬던 언니다. 여전히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라며 사랑해주는 언니에게 나는 많은 빚을 졌다. 내가 빚을 졌을 때도 신세를 졌을 때도 공치사 한 번 하지 않은 넷째 언니에게 항상 감사한다. 나는 팽팽 놀고 있는데 언니는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더니 세종시 청사 쪽 관공서 카페에서 계약직으로 일을 한다. 공무원과 출퇴근 시간이 같아서 할 만하단다. 자칭 알바천국이라며 어지간해서 놀지 않고 뭐든 .. 2022. 12. 21.
수채화 캘리그래피 2개월 차 일주일에 한 번(매주 목요일) 수업, 문화센터에 새로 개강한 수채화 캘리그래피다. 물감을 손에 묻혀가며 그리는 게 여간 즐거운 게 아니다. 집에서도 틈만 나면 코를 박고 뭔가 쓴다. 책을 옆에 펼쳐놓고 읽기보다 쓰기에 집중하는 나를 보는 내가 낯설다. 새해 달력에 쓰인 글씨 따라 쓰기 했다. '새해엔 꽃길만 걸어요' 모두 꽃길만 걸을 수 있다면 좋으련만,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도 꽃길을 걸으시라고 마음으로 응원한다. 수업 시간에 그린 봉투 아래는 과제였다. 마음대로 그리고 글도 마음대로 그리기~ 류시화 시집 제목을 넣으니 꽃과 나름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다. 수업이 정말 재밌다. 다음 주가 기다려진다^^ 2022. 12. 17.
어우렁더우렁 5월부터 수영장이 재개장했다. 워낙 수영을 좋아해도 26개월 만이라 물에 뜰까 걱정이 앞섰다. 게다가 다니다 보니 다른 사람들은 서로 얘기도 하는데 그전에 밤에 다녔던 터라 아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두어 달은 그저 혼자 수영만 열심히 하면서 우리 레인 사람들과 인사만 했다. 왠지 혼자만 어울리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은 때가 있었다. 사람과 사람은 서로 어우러져 살아야 좋다고 생각한다. 생각은 그렇게 해도 선뜻 "같이 커피 마실래요?" 이런 거 못한다. 말을 않고 그저 인사만 꼬박꼬박 잘한다. 설핏 웃음기는 늘 물고 다닌다. 가만있으면 차가워 보이니까. 수영장 앞 1층 탈의실 거울 앞은 언제나 복작복작하다. 꼼지락거려서인지 1층에선 거울 한 번 제대로 볼 수 없고 비집고 들어 갈 틈도 없다. 나보.. 2022. 12. 15.
도전하기 시는 참 어렵다. 수필도 어렵다. 글은 다 어렵다. 가방 끈도 짧은데 뭘 쓰겠다고 덤비는 자체가 말도 안 되는지 모른다. 오래전, 블로그를 하면서 신변잡기를 올리다 어느 비 오는 가을 아침에 '가을 아침'이란 시답잖은 시를 하나 써봤다. 그 시답잖은 시를 읽으신 블친 시인 선생님께서 시를 써 보라고 하셨다. 남의 시도 잘 읽지 않았고, 사는 게 참 힘들던 시절이었다. 그저 소설만 읽어대던 내가 아차 싶었다. 한번 해볼까?라고. 곰곰 생각해보니, 여고시절 준비물이 간단하다는 이유로 글쓰기 반에 들었다. 억지로 한 편씩 써야 해서 써냈더니 선생님께서 소질이 있다고 계속 쓰라고 하셨다. 이후로 학교 행사에서 모두가 쓰는 문집을 만들고 뜻도 잘 모르면서 제목을 '나목'이라 지었다. 보라색 천을 덮어 표지를 만들.. 2022. 12. 5.
배우는 즐거움^^ 수영장에서 여고 후배를 만났다. 커피를 줬더니 수세미를 갖다 주었다. 뭐든 주기보다 받는 것이 더 많다. 복 많은 나 다음 주부터 물감을 가져오라고 했다. 어쩌면 그림 그리며 고개를 폭 숙이고 빠져들 것이다. 붓펜으로 글씨를 그리기 연습과 그림 그리며 한 곳으로 빠져드는 때가 참 좋다. 선생님 말씀이 캘리는 글씨도 그리는 것이라고 했다. 열심히 배워서 우리 집 곳곳에 색을 칠하고 글씨를 그릴 수도 있다. 지금도 더러 거실 소파 뒤에 그림 그리고 싶다고 킥킥거리며 슬쩍 겁을 준다. 뭐든 배운다는 것은 즐거움이다. 한없는 기쁨이고 소소하지만 커다란 도전이기도 하다. 2022. 11.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