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명의 언니 중 네 번째 언니는 다른 세 명의 언니보다 나랑 조금 더 가깝다.
나이가 세 살 차이로 바로 위 언니라 이론적으로 그렇다. 속엣말을 털어낼 때 잘 들어주고 언니 가족 다음으로 나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형부보다 내가 먼저라나(이 말의 정답을 안다)
살면서 내가 가장 지치고 초라했던 근 10년을 아무 말없이 응원해줬던 언니다. 여전히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라며 사랑해주는 언니에게 나는 많은 빚을 졌다. 내가 빚을 졌을 때도 신세를 졌을 때도 공치사 한 번 하지 않은 넷째 언니에게 항상 감사한다. 나는 팽팽 놀고 있는데 언니는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더니 세종시 청사 쪽 관공서 카페에서 계약직으로 일을 한다. 공무원과 출퇴근 시간이 같아서 할 만하단다. 자칭 알바천국이라며 어지간해서 놀지 않고 뭐든 한다.
본인 말로도 돈을 소복하게 모아놨다는데 그 돈 다 쓸려면 구정 뜨개실 사는 데도 좀 써야 되지 않겠나! 참 바지런한 언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오빠나 언니들은 다 바지런바지런하다.
넷째 언니가 시월에 아들 결혼식이 서울에 있어서 딸 내외와 손녀 둘을 데리고 우리 집에서 하룻밤 자고 예식장에 갔다. 그 밤에 하루 자고 가면서
"소파에 까는 방석을 하나 만들어 줄게" 하길래
"그러면 좋지" 했다. 그러고는 까맣게 잊었다. 내 정신이 어디 온전해야지~
며칠 전에 완성품 사진을 보내서야 알았다. 구정뜨개실로 한 땀, 한 땀. 정말 정성이 가득한 작품이다.
나를 생각하면서 짰다는 말에 울뻔했다. 아직도 나를 정말 아끼고 챙겨주는구나 싶어 감사해서...
오늘 택배를 받았다. 4인용 소파라 안쪽 길이만 2m 30cm라 어마어마하게 크다. 앞뒷면으로 짜서 겹친 것이라 시간과 정성에 감복한다. 언니 덕에 이렇게 큰 선물을 받게 되어 정말 기쁘다. 나는 소소한 것은 짜지만 아직까지 이렇게 큰 것은 짠 적이 없다. 손가락도 아프고 실 값이 많이 들었을 걸 생각하면 미안하다.
( 작년에 소파 천갈이 하면서 색깔을 아주 옅은 베이지색으로 하겠다고 했는데 사장님은 재고 가죽으로 이렇게 만들어 버렸다고 전화를 끊지 않고 '어떻게 하지?' 만 되풀이해서 그냥 받았다. 물소가죽이라 75만 원 주고 갈았기에 속이 쓰렸다. 마음에 들지 않는 색이지만 단단하고 편안해서 쓰긴 쓴다)
택배 상자에는 내가 좋아한다고 양갱도 넣고 물티슈 홍보용으로 얻은 거라면서 그거까지 꽉 채워서 보냈다. 어릴 때나 어른이 되어서도 먹거리가 있을 때면 항상 안 먹고 나부터 챙긴다. 그래서 내 키가 조금 더 큰 것도 맞다. 같이 늙어가도 동생은 동생인지 과자를 보내다니 참 나!
저녁 먹다가 택배를 받고는 얼른 뜯어서 깔아봤다. 소파에 깔아놓고 앉으니 흘러내리지 않아 좋다. 전에 깔아 둔 것은 길이도 짧은 데다 앉았다 일어서면 줄줄 딸려와서 속으로 집어넣기 바빴다. 이젠 얌전하게 올려놓고 사뿐히 걸터앉았다 일어났다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