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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

겨울 준비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18. 11. 21.

 겨울 준비라면 무조건 김장이다.


 올해 김장도 옆에 사는 셋째 언니네 김장이 끝나면 양념을 가져다가 속만 넣어서 하기로 계획하고 있었다. 언니는 날 위해 양념을 넉넉하게 할 테니 언니네 김장이 끝난 다음 날이나 그 주말에 하라고 했다. 작년처럼 절임 배추를 사다 그렇게 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시월 말경에 큰 시누님께 전화가 왔다. 경기도 광주에 살고 계시는데 몇 해를 우리 김치까지 담가주다가 텃밭을 메워 아들 집을 지어준 다음부터는 우리 김치는 기대도 안 했다. 올해는 나무를 뽑은 자리에 배추를 심었다며 김치 가지러 오라기에 갔더니 네 통을 가득 담아 주셨다. 갈치 김치 두 통과 그냥 김치 한 통 그리고 갓과 무김치 반반씩 한 통까지 무겁게 싣고 왔다. 시월 말에 김치 냉장고 반이 채워진 셈이다.


 시월 말에 셋째 언니가 배추김치 조금 담갔다며 한 통을 주더니 막김치를 담갔다며 또 한 통을 줬으니 겨울 김장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이렇게 푸짐한데 지난주에 셋째 언니가 겨울 김장을 해서 김치통 가지고 오라더니 두 통을 넘치게 담아 줬다. 어제는 깍두기까지 해놨다며 싣고 가란다. 이런 틈에 수영장 언니가 김장김치 맛보라며 제법 많은 양의 김치를 주어 때아닌 냉장고 정리에 돌입하고 구석구석 닦아내고 오래된 식자재를 반찬으로 만들어 먹으면서 나름 바쁘게 보냈다. 


 한데 일이 또 벌어졌다. 월요일 퇴근길엔 거래처 왕언니께서 경기도 양주에 사시는데 전철을 도봉산역에서 한 번 갈아타고 상봉역까지 와서 다시 경춘선으로 갈아타고 마석역까지 오는 길을 작은 수레에 김치 두 통 됨직한 것을 싣고 잘잘 끌고 오셨다. 마석역에서 5시 반에 만나자더니 근처 추어탕 집까지 가는 동안도 절대로 내가 끌게 하지 않고 직접 끌고 가셨다. 추어탕을 사 드리고 감사히 잘 먹겠다며 인사를 하고 헤어졌는데 잠시 후 전화가 왔다. 택시 태워 보낼 걸 그랬다며 무거운 거 끌고 어떻게 가냐고 한 걱정이시다. 여기까지 갈아타고 기다리는 시간을 합하면 두 시간도 족히 걸리는 거리를 일부러 갖다 주셨는데 20분 정도 끌고 걸어가는 건 아무 일도 아니며 고맙기 그지없다며 감사하다고 했다.

 집에 와서 정리하며 맛을 보니 무를 큼직하게 썰고 잎을 크게 넣어 고춧가루를 살짝만 넣은 김치는 마침맞게 익었고 맛도 아주 좋았다. 배추김치도 색이 곱고 깊은 맛이 나서 김치통에 옮겨 담아 다시 냉장고 정리를 한 번 더 하고 일전에 고와서 담아 두었던 곰국을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했다.

  집으로 배추 한 통 사다 나르지 않았는데 김치 부자가 되고 보니 감사함이 가득하고 뭐로 이 고마움을 다 표현해야 하나 싶어 이젠 그게 고민이다.

 어제는 수영장 가려고 막 나서는데 멀리 청송에서 택배가 왔다. 카타리나 님이 보내주신 청송 사과 한 상자가 빙긋이 웃으며 나를 쳐다본다. 이 또한 얼마나 반갑고 고마운지 모르겠다. 지난번에 시골 내려오면 연락하라 했는데 당일 코스로 갔다가 연락도 못 드리고 왔으니 죄송할 따름이다.


 모든 이웃이 다 감사한 분들이다. 내 좁은 마음을 열어 준 곳은 다른 곳이었다. 힘겹게 사는 수영장 동생 딸이 수시 합격했다는 말에 옷 한 벌 사주고 유니세프에 조금씩 후원하고 있으며 전태일 재단에 조금 후원했으며 장애인협회에 약간의 금액만 후원하고 있다. 아는 동생이 어렵게 살고 있어 필요한 물품 몇 가지 사 준 게 올해 그나마 내가 해준 것들이다. 내가 해준 몇 가지와 내가 받은 곳은 다르지만, 세상은 이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면서 돌고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한다. 추워진다. 따뜻한 마음 나누면서 포근한 겨울을 맞았으면 좋겠다.

 많은 분에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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