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볼일이 있어 평일처럼 일어나 준비를 하고 동서울 터미널로 갔다.
남편이 태워다 줘서 터미널까지 편히 갔는데 대구 가는 차표를 예매하지 않아 7시 반에 도착했으나 10시 40분 표밖에 없었다. 내려주고 집으로 돌아가는 남편에게 전화해서 서울역으로 태워 달라고 했다. 서울역으로 가는 동안 딸에게 ktx 표를 끊으라고 했더니 다행히 9시 표가 있었다. 불안해서 돌아오는 기차표를 7시경으로 예매 부탁했더니 바로 끊어 보냈다. 내친김에 경춘선 itx를 예매해 달라고 해서 용산역에서 밤 9시 20분으로 예매해서 보내왔다.
예매 않고 가까운 동서울터미널에서 동대구로 가려던 예정이 순식간에 동대구역으로 바뀌고 돌아오는 표까지 마음 편히 계획되었다. 대구 친구에게 12시 즈음 도착이라고 했는데 한 시간 앞당겨 만나야겠다고 연락을 하고 여유롭게 서울역 구경을 하다 시간 맞춰 기차를 탔다. 좋아하는 라테를 한 잔 사들고 기차 타러 가는 길은 왠지 신선했다. 아침으로 떡만둣국을 먹고 오지 않았더라면 샌드위치를 먹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자리를 찾아 앉고는 시집 한 권을 꺼내 읽으며 커피를 홀짝거리다 보니 동대구역이다. 따사로운 햇살이 반기는 대구는 역시 남양주보다 기온이 높아서인지 조금 더웠다. 친구가 출구 쪽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반가움에 와락 끌어안고는 그새 여고시절로 돌아간 듯 울산 사는 친구 남희에게 인증사진을 보내자며 역 광장에서 사진을 찍었다. 셀카를 찍다 앞에서 유유자적하시는 분께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고1 때 영천 읍내를 중심으로 각 면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모이는 곳이라 낯설면서 설렘이 많았다. 은예는 입학 첫날 내게 다가와 촌에서 온 친구가 왜 이리 뽀얗고 예쁘냐며 친구 하자고 했다. 어리둥절한 내게 선뜻 손을 내밀어준 활달하고 유머스러운 친구 덕에 여고시절 3년을 내리 같은 반을 하면서 더불어 웃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했다.
함께 웃고 떠들며 파티마 병원 근처 맛집으로 가 점심을 먹고 오후 2시 내가 가야 하는 곳의 문 앞까지 데려다주고 은예는 떠났다. 무척이나 고마웠다. 그럴 줄 알고 가는 길에 서울역에서 예쁜 브로치를 하나 사들고 간 게 잘한 일이다. 은예는 식당에서 건네는 브로치를 달고 내 생각을 자주 하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날도 좋고 혼자만의 기차여행도 좋다. 고속버스보다 시간이 반으로 단축되어 좋은데 무작정 집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고속버스만 타려 했던 어리석음을 깨달았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시간인데... 앞으로 일이 있으면 ktx를 이용해야겠구나 생각했다. 모처럼 대구 나들이 후유증으로 목감기와 몸살이 심하지만 행복이 별건가 이런 게 행복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