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가을빛으로 물들고 있는 백봉산 능선에 구름이 턱 하니 앉았습니다.
나무들은 송전탑을 향해 전자파의 해로움에 시위하듯 모여 열을 내고 있고요.
조금씩 달아오른 얼굴이 노란빛에서 붉은빛으로 변해가는 중인 걸 보니
송전탑은 가운데서 땀깨나 흘리고 있는 듯합니다.
회사 정문에 서 있는 단풍나무는 가을볕에 못 이겨 이미 빨갛게 두 손 들고 서 있습니다.
이 좋은 가을날 산길을 자박자박 걸을 수 있다면 최고의 행복이겠다 싶습니다.
어제는 열흘 만에 퇴원하는 남편을 위해 옆에 사는 셋째 형부가 병원에서 집까지 차로 태워다 주셨어요.
퇴근하여 집에 갔더니 식탁 주변에 짐이 한가득이었어요.
언니가 형부와 함께 사업체를 꾸리고 있는 와중에 교회 봉사 활동도 하여 몸이 세 개가 되어도
모자랄 지경인데 제부를 위해 소다리를 고와 커다란 통에 가득 보냈네요. 고기가 반이나 되다시피 가득했고요.
게다가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언니 반찬은 열무김치와 깻잎 절임인데
두 가지 반찬과 함께 국에 넣어 먹으라고 파까지 종종 썰어서 제법 큰 통에 가득 담아 보냈고요.
양념까지 덤으로 챙겨 보냈더라고요.
형만 한 동생 없다는 말 전에도 했지만, 정말 미안하고 아주 고마울 뿐입니다.
옆에서 솜씨 좋은 언니 덕분에 반찬을 항상 얻어 먹게 되어 제 일이 많이 줄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열무김치는 제가 담그면 맛이 없다고 남편은 절대로 담그지 말라고 하지요.
병원에 있는 동안 제일 먼저 뛰어오면서 밑반찬을 골고루 해서 갖다 주기도 하고
맛있는 거 사 먹으라고 봉투까지 주더니 퇴원하는 날은 국과 반찬까지 가득 챙겨 보냈습니다.
눈물 나도록 고마운 일이지요.
복 받은 저는 언니 덕에 한결 마음 편하게 근무하고 퇴근 후에도 여유롭습니다.
다른 언니들과 오빠들 역시 면회와 함께 따뜻한 마음을 보내주었고 많은 지인이 병문안과 함께
여러 선물을 갖다 주셨습니다.
모두에게 감사드리고 안성에 사시는 딸 친구 부모님이 햅쌀 수확했다고 한 포대를 보내주셔서 또 감사하고요.
멀리서 항상 사랑과 용기를 주시는 분이 계신데요. 제게 건강관리 잘하라고 영양제를 이렇게 예쁘게
포장해서 보내주셨습니다. 매우 감사합니다.
그리고 블로그 친구님들의 격려와 위로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어제저녁 나란히 산책했습니다.
전에는 걸을 때 둘 사이가 10m 떨어졌는데 어제는 2m 정도 떨어져 걸었습니다.
사이 많이 좋아졌지요?
모든 분께 감사드리는 풍성한 가을날입니다.
이 많은 빚을 또 빠뜨리지 말고 차곡차곡 갚아나가며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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