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567 외줄타기(시) 이현숙 외줄타기 이현숙 하루살이 날갯짓을 눈여겨보면 밝은 곳을 향한 발버둥이 있다 높은 곳은 오를수록 밝고 낮은 곳은 낮아질수록 어둡다 고지서가 날아다니는 낮은 방에서 엄마가 울면 따라 울고 아빠가 소리치면 납작하게 엎드렸다 줄을 타기 시작한 아빠가 높은 곳은 눈이 시리다며 찡그리자 엄마가 웃는다 웃음은 낮은 방을 삼키고 나를 삼킨다 하루살이는 여전히 가로등에 오른다 줄이나 빽이나 비빌 언덕보다 여문 동아줄이 낫다고 별이 총총한 새벽 집을 나설 때 아빠의 얼룩진 작업복이 부스럭거리면 게슴츠레한 눈으로 꾸벅 인사한다 “다녀오세요” 쓰윽 쓱 아빠의 손길이 지나간 자리 아파트 벽이 환하게 밝아진다 심사평; 외줄을 타고 아파트 벽면을 도색하는 아빠의 노동을 희망의 빛으로 잘 치환하였습니다. (천수호 시인) 슬그머니 자.. 2023. 5. 12. 최고의 선물은 당신입니다 요즘 캘리에서 벗어났다. 처음엔 필압과 물감 번지기 등 재미가 솔솔 했는데 꾀가 나서 점점 붓을 잡기 싫어졌다. 이달엔 재등록하지 않아 시간적 여유가 약간 생겼다. 그 남은 시간은 슬렁슬렁 논다. 인터넷에 많이 있는 작품을 보고 따라서 쓰고 캘리 함께 하던 사람들과 따로 만나 한 시간씩 그리기로 했다. 시간 있는 사람끼리 카페나 문화센터 휴게실에서. 취미로 했던 거라 5개월간 즐겁게 잘 배웠다. 후련하기도 하고 그렇다. 마지막으로 한 그림이 '최고의 선물은 당신입니다'였다. 2023. 4. 12. 수필 ; 헌책방을 읽다(김이랑) 제6회 천강문학상 수상작 헌책방을 읽다 김이랑 텅 빈 가게, 빛바랜 간판만이 여기가 한때 버림받은 책들의 처소였음을 알린다. 아무런 안내가 없는 것으로 보아 머지않아 지도에서 사라질 모양이다. 발품을 보태 법서를 사던 시절부터 허기를 채워준 곳인데, 허전한 걸음으로 나는 다른 보물섬을 찾아 떠난다. 헌책방의 질서는 뒤죽박죽이다. 정해진 자리는 형식일 뿐 계급이나 서열이 없다. 펄벅의 대지 위에 한국의 야생화가 피고 백과사전에 눌린 시집이 숨을 못 쉬겠다고 엄살을 떠는가 하면, 돈키호테가 이순신 장군에게 창을 겨누며 어서 칼을 빼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큰스님의 어깨에 발을 척 걸친 동화를 보며 명랑만화가 깔깔거리고 명심보감이 옆에서 웃음을 꾹 참으며 앉아있다. 법전을 깔고 앉은 사형수의 참회록과 명작 위에.. 2023. 3. 23. 김이랑 작가님 문예창작실 서울 강의(제2기 수강생 모집) ◆수강 대상(시, 수필, 소설, 동화) - 문장의 기초부터 탄탄히 다질 분 - 여러 강좌를 들어도 작품이 나아지지 않는 분 - 틀에 박히지 않는 새로운 강의를 찾는 분 - 수준 높은 과정을 통해 실력을 키운 뒤 신춘문예 및 공모전으로 나갈 분 - 등단했지만 실력을 더 키울 분 ◆커리큘럼 - 문장반 6개월 ; 감각적 글쓰기 실전서 (문장의 문학적 메커니즘) 공부 문장의 원리와 문학적 문장을 익힘 다양한 문장 쓰기 연습(스무고개) - 중급반 1년 ; 수준 높은 작품을 창작, 개인의 목표를 지향(신춘문예. 공모전) - 심화반 2년 ; 등단 및 작품집 발간, 아르코 창작기금 준비 ◆수강 비용 ; 문장반 6개월 50만 원(매회 강의실비 5천 원) 이후, 창작반 이상은 반 편성에 따라 추가됨 ◆장소 및 시간 - 장.. 2023. 3. 6. 여전히 즐겁게!ㅡ 엽서 '사랑합니다' 만 예쁘다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일 년 내내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는 시간이 기다려지는 이유가 이런 결과물이 따박따박 나오니까 그렇다. 수업 후에 카페에 앉아 커피도 한 잔 마시고 온다. 이러다 화도읍내 아는 사람이 한 백 명쯤 생기지 않을까 싶다. 열심히 일주일에 한 번 그려오는 자질구레한 이런 것들을 남자가 앨범에 차곡차곡 꽂는다. 부탁하지 않은 것을 정리하는 까닭은 아마도 거실 왼쪽과 정면에 두어 개씩 거실 탁자에 서너 개 꽂아 둔 그림이 어수선해서겠지. 말로는 앨범에 두면 보기도 좋고 뭐 그렇다는데 속 마음을 모르겠다. 여기저기 붙여놓고 보는 재미가 솔솔 했는데 나만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캘리 수업 다녀온 날은 위에 올린 사진 속의 작품을 펼쳐놓고 퇴근하는 아.. 2023. 2. 8. 그리는 재미 요즘도 목요일이면 캘리그래피 강습생이 된다. 이번 달에는 우리 문화센터 정원 열 명인데 두 명이나 자리가 없어 등록을 못했다. 작년에는 여섯 명이 수강해서 자리가 텅 비고 조용했다면 이젠 작은 교실에 열 명이 함께라 꽉 찬 느낌이다. 그중 놀라운 것은 새해 첫 수업이 있던 지난주에 83세 언니가 오셨다. 함께 오신 70대도 계셨다. 83세 언니가 까만 모자를 쓰고 밍크코트를 입고 오셨다. 대부분 청바지나 검은색 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패딩을 푹 뒤집어쓰다시피 오는데 깜짝 놀랐다. 모두가 휘둥그레 쳐다보고 그 언니한테 반했다. 화장도 보얗게 한 모습이 곱디고웠다. 돌아가며 소개했다. 이름과 사는 곳이나 각자 하고 싶은 말을 하는데 그 언니야가 우리 아파트에 산다고 하셨다. 상당히 진취적이고 열정 가득하시다... 2023. 1. 9. 이전 1 2 3 4 5 ··· 9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