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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뒤죽박죽 살아가기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20. 6. 9.

이런 일이 있습니다.

우리 회사는 원래 소규모라고 제가 누누이 말씀드렸다시피 직원도 몇 안 됩니다.

매출이 급감한 3월에도 출근은 했고요. 사장님께 슬쩍 정 어려워지면 무급휴직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그 물음에 사장님이 바로 잔머리 굴리지 마라고 하셨습니다.

어이가 없더라고요. 이게 잔머리인가요? 그 말 들으니 엄청나게 기분 나빴습니다. 생각해서 한 말인데 2월 중순부터 매출 급감에 3월엔 코로나 직격탄으로 총매출이 몇십만 원이었습니다. 4월에는 작년 매출보다 오히려 더 많았습니다.

5월이 되자 어디서 들으시곤 유급휴직 신청을 하라시며 4월에 왜 이런 걸 신청하지 않았냐고 버럭!~

아니, 정상 출근하는데 왜 유급휴직을 신청합니까? 나랏돈이라고 아무렇게나 받아도 되는 건 아니잖아요?

다른 공장은 그렇게 해서 월급의 70%까지 받았는데 이번달 부터는 90%까지 보조해준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출근하는데 왜 그걸 신청하냐고 물었지만 사장님은 그래도 신청하라고 하더군요.

5월 1일 13장이나 되는 서류를 낑낑대며 작성하고 노조 합의서까지 작성하여 고용노동부에 접수했습니다.(원래 노조 이런 거 없습니다)

갑자기 낸 서류라 잘 못된 부분이 있어 4일에 다시 신청하니 날짜가 지나면 안 되니까 5월 5일부터 6월 4일까지 기준으로 하라더군요. 그렇게 서류 접수했습니다.

그러면 다음 날부터 출근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지요. 사장님 무조건 나오랍니다. 해서 정상 출근을 하는데 저는 새가슴이라 어찌나 무서운지 사나흘 근무하다 어느 날은 공장장에게 출입문을 닫자고 해서 닫고 공장장 차를 외부에 대놓고 사무실에 있었습니다. 물론 현장에선 일을 조금 하기도 하고 쉬기도 하고 그랬고요. 항상 우리는 8시 출근이고 사장님은 9시 남짓해야 오시는데 다짜고짜 왜 공장문을 닫아뒀냐고 그러시더군요. 사장님은 간도 크지요. 에라 모르겠다 다시 열었습니다. 남들이 보면 자존심 상한다고 구시렁 대기도 하셔서 그냥 들키면 내 손해가 아니라 사장님 공장이니 알아서 하시겠지 하면서도 마음이 영 불편했습니다.

유급휴직은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서류 작성 시 읽어보니 휴직자 명단에 든 사람은 잠시라도 근무지에 머물면 안 되고 발각 시엔 2배에서 5배까지 물어내야 하며 형사처벌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게다가 암행을 다니기도 하니 언제 적발될지 모르는 것이고요.

이렇게 한 열흘 지내다 직원 아주머니는 나오지 마라고 하고 저와 공장장은 나오라고 하더군요. 나와서 맹숭맹숭 종일 컴 앞에 있어도 뭔가 손에 잡히지 않아 책 읽고 컴퓨터에서 뉴스만 찾아 읽고 그랬지요. 답답하기도 하고 짜증이 많이 났어요. 또 며칠이 지나고 그럭저럭 5월 22일부터는 저만 오전 근무하고 공장장은 3시에 퇴근하라고 했어요.

기분이 살짝 좋아졌지만 찜찜했습니다. 어차피 나랏돈 공짜로 받으면서 할 일도 없는데 불안하게 사무실에 앉아 있으려니 부담스럽더라고요. 더러 택배 물품 주문이 있고 유통업체 납품이 있어 거래명세표며 장부를 해야 하니까 저는 오전에라도 일을 시켜야 했겠지요. 매출은 작년 5월에도 워낙 적어서 이렇게 쉬는 올해 5월이 더 많았습니다.

그러면서 집에 가면 오후가 대충 하릴없이 지나가더라고요. 이도 저도 아닌 시간을 보내게 되더라고요. 회사에서 오늘처럼 블로그를 보고 글 올리고 오후에는 책도 읽고 그러는 편인데 그동안 몸에 밴 규칙이 어긋나니까 많이 이상했답니다.

6월 5일 마음 편히 출근해서 종일 회사에 있었고 오늘도 그렇습니다. 한데 6월 11일부터 다시 한 달간 유급휴직을 신청했습니다. 지난달에 암행조사가 나왔는지 모르겠으나 제 생각에는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아요. 워낙 신청하는 회사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그만큼 공무원들이 바쁘겠지요.

사장님은 경우가 아닌 것이 유급휴직이라면 쉬게 해야 하는데 나라에서 돈 받아 월급 주면서 출근해서 일은 하게 하고 직원 퇴직시키지 않는 조건이라지만 이건 아닌 것 같아요. 엊그제는 조건이 부합하면 유급휴직 신청 못 할 수도 있다고 하니 그럼 무급휴직 한 달을 할까? 이럽니다. 이럴 때는 물론 월급이 없겠지만 전체적으로 올 초 매출이 엄청나서 상반기로 따지면 코로나 여파가 강하기는 해도 이렇게 보조를 받으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유급휴직 조건은 직전달 매출이 작년 그 달의 매출액보다 15% 적거나 3개월치를 그렇게 계산했을 때나 년 매출의 차이가 15% 적은 중 하나만 부합해도 신청 가능하다고 합니다. 우린 3월 매출이 많은 차이가 났습니다.

이런 정책을 악용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아마도 자재가 입고된 것이 있으니 완제품으로 만들라고 현장 직원에게 말하고 그냥 어느 정도는 정상 근무를 할 것이며 이후 생산할 것이 없으면 전처럼 현장 아주머니 쉬게 하고 저는 오전 근무하고 공장장은 3시 퇴근하게 할 것 같습니다. 불의를 저지르고 있다는 생각에 영 우울합니다. 모든 것이 제 자리로 돌아올 날이 언제일까요? 차라리 무급 휴직해서 마음 편하게 쉬는 게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사장님이 직원 생각해서 유급휴직 신청하라고 하셨다면 정상적으로 응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마음 졸이는 시간이 정말 싫습니다.

 

이렇게 갑자기 주어진 시간을 알차게 보내야 하는데 아직 그걸 잘 못하고 있습니다. 남편이 야근하는 주에는 일찍 저녁 먹고 운동하러 가는데 아닌 날은 또 대충 혼자 넘어가더군요. 보다 알차게 보내야지 마음먹고 집 정리를 조금씩 하였습니다.

이 기회에 아파트 외부창과 내부창을 바꾸기로 하여 대대적으로 버리기를 시작하긴 했습니다. 그동안 가장 잘한 일이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은 주문한 창 바꾸는 날이네요. 이삿집보다 더 어려울 것 같긴 하지만 열심히 치우고 재정비해서 제 방도 잘 꾸며봐야겠습니다. 그날을 위해 더위를 물리치며 기운을 축적해야겠습니다.

 

5월 23일 천마산 정상. 화장도 않고 마스크 벗으니 저렇게 부스스~

 

5월 30일수영장 못 간지 5개월차 우린 산으로 올랐다. 다시 천마산 정상

 

이미지를 잘 못 줄여서 다시 키우려니 안 된다.

 

천마산 중턱 아름드리 소나무. 포토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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