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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의 충동 그녀가 버스에 오르며 무색한 표정을 짓는다. 카드를 갖다 태그하는 승객들을 먼저 들여보내기 위해 한쪽으로 비켜서서 동전을 센다. 마흔이나 되었을까? 그녀! 숱 많은 단발머리에 검은 뿔테안경이 헐렁하게 얹혀진 밋밋한 콧날과 화장기없는 부스스한 낯빛에흔들리는 눈길로 의자에 .. 2015. 11. 19.
야반도주 야반도주 (夜半逃走) 이 현 숙 도로위를 덜컹거리며 장롱이 달린다 낡은 고무바퀴는 제 허리를 잘라 장롱 허리춤을 돌며 바람을 보내는 길 장롱문이 삐걱 토해내는 옥양목 누런 천조각 늙은 어미의 눈물자국만 선명하게 떠오른다 펄럭이는 붉은 보따리에 총총히 박힌 별무늬 위로 진눈깨.. 2015. 11. 11.
깊어가는 가을 얼마 전부터 온몸을 얻어맞은 듯 아프더니 급기야 목이 아파 침을 삼키기 어려울 정도였다.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가벼운 산행이라도 즐겼는데 지난 휴일은 산대신 병원가고 모처럼 이틀을 꼼짝없이 집에만 있었다. 나름 열심히 운동해서 약했던 몸이 많이 건강해졌다는 자부심을 갖고 .. 2015. 11. 4.
담쟁이 넝쿨 출근길에 버스 정거장에서 담쟁이 넝쿨 쳐다보다가 버스 놓칠 뻔~했네요. 휴대폰으로 덤벙대며 찍었더니 원래 모습처럼 잘 나오진 않았지만 그래도 단풍든 모습이 아릅답습니다. 담쟁이 넝쿨이 담을 넘어 출근길의 행인들과 인사를 나눕니다. 오늘은 안개와 미세먼지가 뒤섞여 호흡기 .. 2015. 10. 21.
딸과 함께^^ 딸이란... 음식을 함께 만들고 서로 설거지 하겠다며 나서는 사이 영화를 보고 카페에 가서 쓸데없이 앉아 있는 사이 책을 읽지만 책장을 넘길 수 없는 사이 도란도란 속삭이며 손잡고 느긋하게 걷는 사이 마트에 가서 제품 비교와 가격 비교를 하는 사이 비싼 음식점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 사이 무거운 짐을 서로 들려고 싸우는 사이 닮았다는 시선에 서로 좋아하며 웃는 사이 옷가게 앞에서 서로에게 어울린다며 옷을 사게 만드는 사이 뻔한 지갑안에 돈있다고 우기며 계산할 때 앞장서려는 사이 이중에 몇 가지는 말하지 않아도 비밀에 부치는 사이 할 일을 밤에 하게 되더라도 스티커 사진을 찍게 만드는 딸에게 은근히 져주는 그런 사이 명절 전날. 추석이라 함께 보낼 시간이 생겨 마트에서 사야 할 물건.. 2015. 10. 2.
아들 넘! 울 아들은 군에 가기 전이나 제대한 후나 엄마만 보면 배가 고프고 음식생각 먼저 하는 듯하고 시도 때도 없이 치킨 시켜먹자고 하는 넘! 마트가는 뒤통수에 대고 초코우유 사오라는 넘! 화장 안 한 엄마 얼굴이 더 예쁘다고 참말처럼 거짓말 해 주는 넘! 가끔씩 "현숙씨" 라 불러 설레게 .. 2015. 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