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24 장미 * 장 미 * 언니가 헐레벌떡 우리 집으로 들어서며 난리다. 현관 옆 화단에 부스스한 머리로 칙칙하고 목이 늘어난 옷을 입은 여인이 커다란 장미꽃 앞에 서서 전지가위를 들고 꽃을 자르더니 주저앉아 잎도 따고 아예 다듬고 있단다. 언니는 우리 아파트에 살지 않으니 뭐라 할 수도 없고 .. 2016. 7. 6. 오이, 지갑 * 오 이 * 공장 텃밭에서 딴 오이를 직원이 사진 찍으라고 하네요. 둘이 하나 되어! 분명 따로 태어났지 싶은데 이렇게 하나가 되어 있네요. 연리목은 들어봤지만 연리 오이는 처음봅니다. 이것도 송전탑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 지 갑 * 어느 날, 혼자서 씩씩하게 운동하겠다며 걷고 돌아.. 2016. 7. 5. 몸살 여름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는 말이 있듯이, 나는 개가 아니니까 감기 걸렸다. 지난 금요일부터 약간 으스스하고 머리가 띵~하고 몸 상태가 시원찮았지만, 토요일 언니와 천마산 종주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어서 정신력으로 일어나 커피와 오이를 준비하고 길을 나섰다. 그날은 즐겁게 천.. 2016. 6. 29. 버스에서 * 상상 * 버스를 타다 보면 항상 앉는 자리에 앉게 되는 습관이 생긴다. 앞에서 타고 뒤에서 내리기 편안한 내리는 문 앞에 앉을 때가 많다. 서너 명이 같은 장소에서 타고 내리는 동안 그들을 여유롭게 바라보며 여느 때와 다름없이 버스 티브이를 쳐다보거나 아직은 깨지 않은 상가의 어.. 2016. 5. 3. 백구 (사진은 오늘 낮에 찍은 백구 모습인데 아직도 상처가 심하다.) 개발하는 냄비에 실험하느라 두 개 끓였던 푹 퍼진 라면이 백구 앞에 놓인다. 외면하고 먼 산을 바라보는 백구를 보니 '사는 게 허무하다'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 졌다. 왜 아니겠나. 평생을 그 자리에 묶인 채 주는 밥과 사료.. 2016. 4. 28. 국화빵 포장마차 (3월 26일 운길산 수종사에서) 신한은행 쪽으로 모퉁이를 돌자 구수한 빵 냄새가 유혹한다. 머뭇거리며 들어서자 우람한 아저씨가 벙긋 웃으며 손가락으로 네모난 종이를 가리킨다. 인상이 좋다. 훈남이다. 포장마차 안쪽엔 네모난 종이에 까만 펜으로 정성스런 글씨가 적혀 있다. 종이가 .. 2016. 4. 6. 이전 1 ··· 9 10 11 12 13 14 15 ··· 3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