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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몸살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16. 6. 29.

 여름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는 말이 있듯이, 나는 개가 아니니까  감기 걸렸다.

 지난 금요일부터 약간 으스스하고 머리가 띵~하고 몸 상태가 시원찮았지만, 토요일 언니와 천마산 종주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어서 정신력으로 일어나 커피와 오이를 준비하고 길을 나섰다.

 그날은 즐겁게 천마산을 마석에서 시작하여 정상을 찍고 호평으로 내려가 관음봉 된봉을 거쳐 평내로 내려갔다.

 이렇게 산행 중 도시락을 먹고 네 번 쉼 하였으니 무려 7시간이 걸렸다. 아침 7시 50분에 집을 나섰고 산 입구에선 아마 8시쯤 되었을 거다. 산에서 내려오니 오후 3시가 조금 넘었다.

 

 약간 무리했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집에 가서 푹 쉬면 괜찮겠지! 생각했고 다음 날인 일요일은 집에서 편안히 쉬다가 지인이 준 살구 한 보따리를 다 먹기에는 많고 시어 잼을 만들기로 하고 불 앞에 섰다.

 점심시간 하루 중 가장 뜨거워질 무렵 시작하여 젓고 또 젓고 졸이고 또 졸이다 보니 시간이 2시간 반이 걸렸었다. 그때까지도 뭔 정신이었는지 땀은 콩죽같이 흘렀지만 팔이 아픈 줄도 몰랐다. 오후 시간 느긋하게 앉았는데 동네 지인 부부가 이른 저녁을 같이 먹자며 불러 내 나가서 밥을 먹고 슬슬 걸었지만, 다리만 조금 아팠지 견딜만했고 목은 아침부터 약간 이상하여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밤이 되자 아들딸이 오래간만에 볼링 치러 가자며 꼬셨다. 나는 유일하게 잘하는 운동이 볼링이라 다리가 좀 아프고 피곤했지만, 못 이기는 척 아이들과 함께 집 근처 볼링장으로 갔다. 역시 가족 중에 1등을 해야겠기에 즐겁게 볼링장에서 나왔지만 이후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목은 더 아팠지만 아프다고 하면 한소리 들을까 봐 조용히 집으로 왔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지 밤에 자는데 몹시 추웠고 몸이 아주 차가웠다.

 나는 미련하게도 손을 뻗어 침대 스위치만 누르면 되는 것을 누를 생각도 못 하고 그냥 잠을 잤고 월요일 아침에는 무슨 정신으로 어떻게 출근을 했는지 사무실에서 눈꺼풀도 무겁고 목소리는 나오지도 않고 머리도 아프고 열이 나다 말 다 하여 당장에라도 쓰러질 지경이었다. 퇴근길에 겨우 버스를 타고 이비인후과 앞에서 내렸지만 2층 계단 오르기도 벅찼으며 목을 치료하고 처방전을 받아 1층 약국에 들어서니 안면 있는 약사님께서 매우 아프시구나! 라며 얼른 약을 지어 주시며 쌍화탕과 함께 먹고 집에가서 따뜻하게 푹 쉬다가 11시에 또 약을 먹고 자라고 하셨다.

 이럴 땐 말을 참 잘 듣는다. 아파보니 괴롭기 짝이 없다.

 다음날인 어제도 비몽사몽 간에 회사엔 나와야겠고 어지럽기도 하였지만, 정신력으로 나와 있었는데 퇴근길에도 힘들었다.

 감기몸살이 이렇게 아프다니...... 오늘 아침엔 아들이 출근 안 하면 안 되냐고 쉬라고 잡았지만, 직장인은 어지간히 아파도 나가야 한다며 나왔는데 약을 계속 먹고 이틀을 퇴근 후에 푹 쉬면서 침대에 불까지 켜고 자서 그런지 좀 낫긴 하다.

 

 뭐든 무리하면 안 되는데 미련하긴 미련하다 싶고, 앞으론 절대 무리한 운동은 금해야겠다 싶다.

 가끔 나이를 잊고 젊은인 줄 착각하고 하는 내 행동 또한 욕심이다. 과욕은 금물!

 목에 손수건을 감고 다니는 날이 사흘째. 선풍기를 켜지 않고 견디는 이번 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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