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오늘 낮에 찍은 백구 모습인데 아직도 상처가 심하다.)
개발하는 냄비에 실험하느라 두 개 끓였던 푹 퍼진 라면이 백구 앞에 놓인다.
외면하고 먼 산을 바라보는 백구를 보니 '사는 게 허무하다'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 졌다.
왜 아니겠나. 평생을 그 자리에 묶인 채 주는 밥과 사료만 먹고 산책 한 번 나가지 못하고
본능을 죽이고 살아가려니 나름 지루하고 고단하지 않겠나.
어떤 개는 주인 잘 만나 집에서 사랑받으며 오냐오냐 살고 있는데
백구는 평생을 말뚝에 목줄이 매인 채로 살아야 하는 신세이니......
추위와 비바람을 한데에서 몸소 느끼며 반항도 없이 살아왔고
때론 사나운 짐승이 오거나 종족이 와서 까불어도, 옆 공장 암컷 삼순이가
간곡히 고백을 해와도 운신할 수 있는 범위가 좁으니 냉가슴만 앓는다.
게슴츠레하게 뜬 눈을 보면 만사가 귀찮다는 표정이다.
근처 가서 밥 먹었냐, 심심하냐, 오늘 날씨 좋네, 떠들며
친한 척을 해도 모르쇠다.
간간이 흔들리는 꼬리를 보며 잘 놀고 있으란 말을 하고 돌아섰다.
지난주 월요일(4월 18일) 출근길에 백구를 보고 깜짝 놀랐다.
얼굴에 피를 흘리며 땅바닥에 엎드려 눈만 끔벅거리고 있었다.
휴일 이틀 동안 침입자가 있었고 백구는 거기에 꼼짝없이 당했다는
얼굴이고 자존심 무지하게 상했는가 보다.
불쌍하게도 이틀 동안 밥도 먹지 못하고 지냈다.
침입자는 낮에도 자유롭게 누런 몸을 뒤뚱거리며 백구앞에 선다.
개주인(사장)은 소리를 지르며 가라고 해도 으르렁대고 백구는 입을 꾹 다문 채 딴청이다.
패배를 인정하는 백구에게 기운 내라고 말하면서 괜히 짠했다.
묶여서 마당 한 귀퉁이에 있는 개나 담벼락처럼 빙 둘러 심어진
나무나 별반 다름없는 생이다.
식물이 아닌 동물에게 사방 2m를 거닐다 생을 마감하게 하는 건 슬픈 일이다.
움직여서 돌아다녀야 하는 것이 동물이 아닐까?
움직일 동(動)의 동물.
매여 있는 백구와의 대화와 행동에는 한계가 있다.
어느 날 슬그머니 목줄을 풀어주면 백구는 어디로 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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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3개월 근무하는 동안 백구가 목줄을 풀고 탈출 시도했던 적은 내 기억으로는
총 5번 정도이다. 스스로 풀어서 나온 날에는 얼마나 펄쩍거리며 뛰는지
꼬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흔들어 대고, 대문 아래위로 쏜살같이 뛰어다니며
좋아하는데 그 외엔 늘 초라한 개집에서 그대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