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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224

어우러짐 준비, 시~작! 점심시간 30분씩 걷기. 작심삼일이 될까 봐 은근히 걱정되었다. 사흘이 지나자 슬쩍 자신감을 장착하고 공장 주변을 걷다가 공장 뒤편 산등성이를 슬금슬금 올랐다. 땀이 적당히 나면서 발아래 낙엽이 터키산 양탄자처럼 폭신하고 나름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운동화까지 갖.. 2019. 4. 8.
작은 못 하나 출근길 담벼락에 붙은 담쟁이를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날마다 보면서 한 줄기만 길게 늘어진 채로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았음을 알게 되었다. 담장 위엔 얼기설기 얹힌 마른 담쟁이와 까맣게 마른 열매가 제법 남아있지만 벽 쪽에는 달랑 한 가지만 있다. 이상하다 싶어 자세히 들여다보니 아기 손가락만 한 못 하나를 박아놓고 담쟁이의 긴 덩굴을 받쳐주었다. 누군가가 일부러 박아 둔 것이다. 이 못을 박은 사람은 정말 따뜻한 사람일 것이다. 배려란 생각지도 못한 곳에 무심한 듯 행하는 것이로구나! 더불어 따뜻해진다. 별것도 아닌 일에 감동하고 상처받는 나이가 쉰을 넘기고부터였는지 원래 그랬는지 갑자기 그게 궁금해진다. 꼽아봐도 소용없다. 기억은 그런 것까지 저장하지 않는다. 여름휴가 때 큰오빠가 한 말이 떠오른다. .. 2019. 3. 27.
사는 데 정답은 없다. 새해 들어 바쁜 듯 아닌 듯 마음이 부산하고 뭔가 자리잡히지 않음에 그저 어수선하다. 그러면서 일상은 똑같고 잡히지 않은 마음이 무엇 때문인지 스스로 진단을 내렸다. 작년 말부터 직장 그만두라는 가족들의 성화가 있었다. 나 역시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아보는 해로 정하고 작년 연.. 2019. 1. 21.
게으르게 살고 있어요. 월요일 남편의 허리 2번과 3번 사이 디스크가 터져서 긴급 수술을 했습니다. 전부터 아프다 하더니 지난주에 회사에서 갑자기 앉았다 일어나면서 많이 아픈 바람에 구급차를 타고 병원 갔고요. 수술 일정이 맞지 않아 주말 이틀을 진통제에 의지하다가 9시부터 진료 시작인데 월요일 아침.. 2018. 10. 10.
낯선 엄마 가을 햇살은 퇴근 무렵에도 정수리에 앉아 뜨겁게 안아준다. 그늘에 들어서면 썰렁해서 반소매 아래 나온 팔을 양손으로 어긋나게 슬그머니 안게 된다. '그래, 오늘도 일 없는 사무실에서 시간 보내느라 지루했지? 이제 집에 가면 일거리 넘칠 거야!' 회사에 가면 책상 앞에 앉아서 하는 일이라 수월해서인지 출근길은 여유롭고 편안한 마음인데 집으로 퇴근하는 길은 오히려 집안일을 해야 하니 나도 모르게 마음가짐이 이리된다. 엄마로 돌아가는 시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솜씨가 있든 없든 반찬을 만들고 빨래도 하고 청소도 하고 다림질도 해야 한다. 종점이라 기사가 버스 밖에서 나른함과 함께 귀찮은 표정을 짓고 섰다. 묻지도 않는 말을 건네고 버스에 탄다. "버스 타고 있을게요!" 그냥 무작정 타도된다만, 매번 지체할 겨를.. 2018. 9. 13.
불량품 비너스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그림에 문외한인 내가 그림을 업어왔다. 요즘 자칭 비너스라 우기며 살다 보니 위의 명화 속 비너스가 나랑 비슷한 느낌이다. 넉넉한 뱃살이며 두툼한 허벅지까지.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바다에서 떠밀려온 조가비 속에서 탄생한 보티첼리의 비너스는 무표.. 2018. 8.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