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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담숲 올여름 직장 없는 내가 정신없이 동동거리며 보냈다. 7월 말 경에 옆에 셋째 언니 형부가 사다리에서 떨어져 발뒤꿈치를 심하게 다쳤다. 그 바람에 5주 5일을 병원에 계셨다. 광고업을 하는 사업장이라 간판과 현수막 명함 등 소소하게 일거리가 많다. 한자리에서 십 년 이상을 하다 보니 단골손님이 대부분이다. 전단지며 포맥스도 있고 종류가 생각보다 여러 가지다. 언니는 디자인을 주로 하였으나 몸으로 하는 미싱이나 다른 업무는 형부가 주로 했다. 전화도 받아야 하고 자질구레한 일도 더러 있어 언니 혼자 감당하기엔 아무래도 벅차다. 마침 남편과 내가 월수금 오전 운동을 빼면 계획된 일이 없기도 하니 조금의 힘이라도 보태고자 운동하는 시간외에 처음엔 웬만하면 사무실로 나가 일손을 보탰다. 언니가 미싱을 못해서 내 .. 2022. 10. 20.
발라드 발라당 콘서트 발라드 발라당 콘서트라니 이름부터 발랄, 상큼, 기타 등등이다. 실로 오래간만에 공연을 보러 갔다. 우리 집에서 가깝지만 서울에서는 제법 먼 곳 강촌! 강촌이라면 낭만이 떠오르고 젊음이 모여드는 곳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아니다. 지금은 나이 든 사람도 많이 간다. 그곳으로~ 강촌 문배마을을 휑하니 돌고 까만 유리가 벽을 이룬 가게에서 막걸리와 해물파전 두부김치를 먹는다. 말만 귀 아프도록 들은 말이다. 작년 재작년 누누이 귀가 아프도록 떠들어대도 절대 안 가고 버티는 사람이 있으니, 그의 고집은 쇠고집이다. 해서 나는 들들 볶기보다는 언젠가 다른 멋진 사람과 가겠다고 엄포 내지는 윽박지르고 만다. 그렇다고 다른 곳은 잘 가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소문난 맛집도 사람 많아 안 가고 길 막힌다고 안 가고 .. 2022. 10. 11.
아버지의 무릎 아버지의 무릎 이현숙 조금씩 몸피가 줄던 아버지께서 함박눈 내리던 겨울 아침에 여닫이 문을 활짝 열고 강을 향해 앉으셨다 샛바람 들이치고 눈은 날리는데 먼 데 강가를 바라보시며 빛나는 강을 보라고 내 손을 잡으셨다 일곱 살 내가 문지방을 밟고 서자 아버지는 무릎을 내밀었다 아버지 무릎의 앙상함을 지나 허벅지를 밟을 때 푹 꺼지던 얇은 물렁거림과 작은 흔들림 지병으로 빠져나간 아버지의 살은 이후로도 채워지지 않았다 아버지의 무릎 위에서 살을 찾던 내 발은 세상 속에서 오래도록 흔들렸다 흔들릴 때마다 아버지의 무릎에서 보았던 겨울 강의 눈부신 빛을 떠올렸다 아버지의 마른 손이 이끌었던 그날처럼 창 너머로 몰려온 햇살이 가슴에 머문다 오래도록 ....................................... 2022. 9. 18.
유월에 유월이면 초록의 싱그러움이 오월보다 강하다. 내리쬐던 햇살이 조금은 강렬해지고 가려주는 나뭇잎도 넓게 퍼진다. 때맞춰 며칠간 비가 내려 가뭄에 다소 도움을 줬다. 한길 왕복 8차선 도로 옆에 얼마 전 심어둔 나무가 이름도 성도 모를 정도로 배배 말라 초록잎이 갈색으로 변하고 몇 잎만 겨우 초록색이면서 쭈글하게 늘어져 있었다. 오늘쯤 이파리가 좀 넓게 펴졌으리라 믿어본다. 하필 이 시기에 나무를 죽 심어놓아 의아했다. 그곳은 다른 나무도 많아 나로선 굳이 심어야 하나 의심스러운 곳이다. 그나저나 나무가 많으면 좋기는 하다. 그 나무가 잘 자라길 바랄 뿐이다.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은지 한 달이 지났다. 은쟁반에 옥구슬은 아니어도 딩딩 기타 소리는 나야 하는데 쇳소리가 난다. 게다가 몇마디 하면 그나마 .. 2022. 6. 17.
앞 산의 품은 늘 좋다 아파트 정문에서 왕복 4차선 도로를 건넌다. 버스정류장을 지나 담벼락을 타고 1분 정도 걸으면 폭이 좁은 철제 계단이 나온다. 스물두 개의 계단을 오르면 한 사람 지나갈 정도의 오솔길이 이어진다. 양 옆으로 닭의장풀과 질긴 억새풀과 뒤엉킨 초록들이 들쑥날쑥 나를 당긴다. 제법 비스듬히 올라야 하는 길목엔 어린 소나무도 많다. 작년에 화도읍에서 약간의 손을 봤다. 가운데 길을 중심으로 양쪽에 둘레길을 만들었다. 멍석을 깔고 쉼터를 일곱 개나 만들어 놨다. 어느 날, 보온병에 커피를 타고 쌀과자 세 개를 넣고 얇은 돗자리를 챙기며 책 한 권과 노트에 볼펜까지 넣은 가방을 메고 올랐다. 오전이라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 않아 데크로 만든 쉼터에 자리를 잡았다. 흠~ 시원한 바람과 슬슬 넘어가는 페이지! 좋았다. .. 2021. 6. 30.
별을 셀까? 양을 셀까? 입원실에선 환자 침상이 호텔이라면 간병 의자는 여인숙이다. 남편이 잠시 휴게실을 서성이는 동안 에라 모르겠다고 침상에 올라가 드러누웠다. 세상에 이리 편할 수가! 아침이면 접었다가 저녁이면 펼치는 삼단 짜리 의자와는 확연히 다르다. 휴일 오후 병실은 서울 한복판에 있어도 외딴섬 같다. 코로나19 환자 전담 병원이라 5층에서만 지내야 하니 딱히 갈 곳도 없지만 갑갑함이 똬리를 튼다. (6층부터 7층까진 코로나19 환자가 입원 중이므로 움직이기 불안하다) 이 와중에 삼시 세 끼 따박따박 챙겨 먹으니 배가 펑퍼짐하다. 나는 복도 많지! 병실 거주 간병인이 생콩 같은 나를 보고 밥 없다 하니 쌀 있다고 밥을 지어 한 끼씩 먹기 좋게 봉지에 담아 수북하게 건네신다. 이 나이에 새삼 사람 사귀기도 귀찮고 병실에서 .. 2021. 6.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