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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을 읽는 저녁(권상진) 김수영을 읽는 저녁 - 권상진 - 그날 저녁 나는 살아 있는 상처*들과 실랑이를 하고 쓰러지듯 방바닥에 엎드려 누웠다 세상과 등을 져 보겠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빌어먹을,세상이 나를 돌려세웠다 책꽂이 한 편에서 네루다와 체 게바라를 지나치고 김수영을 뽑아 드는 저녁 세상에서 가장 비겁한 이 자세에 대해 생각한다 고개를 들면 풀과 꽃잎과 폭포가 있던 자리*에 던져진 양말과 먼지와 머리카락이 내 앞에 전부인 방 엎드린 채 김수영을 소리 내어 읽는다 주문 걸리듯 다시 혁명을 꿈꾸며 스크럼을 짜는 머리카락 먼지 던져진 양말 이를테면 나 아닌 것들 열 번도 넘게 김수영을 읽고 한 번도 그것들과 연대하지 못하는 나 지지 않는 법을 배우기 위해 장검처럼 김수영을 뽑아 들었지만 비어 가는 쌀독,그 빌어먹을 먹이 때문에 .. 2023. 10. 18.
캘리 수료증 받았어요. 이제 수채화 캘리는 끝났다. 수료증 받으려고 다섯 달을 배우고 한 달을 쉬다가 다시 한 달을 더 다녔다. 6개월이 채워져야 받을 수 있다기에 이 나이에 그게 뭐라고 또 욕심을... 나뿐만 아니라 같이 배우던 수강생들이 다 그랬다. 동지가 있어서 즐겁게 배웠다. 마지막으로 족자를 만들고 이젠 집에서 남의 글과 그림 찾아서 따라쓰며 연습하면 된다. 글씨는 어지간히 따라 흉내 내는데 그림은 영 꽝이다. 6개월간 행복한 성취감에 푹~ 빠졌다. 작은 병풍(글씨체가 계절마다 다르다) 한지에 그리기 2023. 6. 12.
외줄타기(시) 이현숙 외줄타기 이현숙 하루살이 날갯짓을 눈여겨보면 밝은 곳을 향한 발버둥이 있다 높은 곳은 오를수록 밝고 낮은 곳은 낮아질수록 어둡다 고지서가 날아다니는 낮은 방에서 엄마가 울면 따라 울고 아빠가 소리치면 납작하게 엎드렸다 줄을 타기 시작한 아빠가 높은 곳은 눈이 시리다며 찡그리자 엄마가 웃는다 웃음은 낮은 방을 삼키고 나를 삼킨다 하루살이는 여전히 가로등에 오른다 줄이나 빽이나 비빌 언덕보다 여문 동아줄이 낫다고 별이 총총한 새벽 집을 나설 때 아빠의 얼룩진 작업복이 부스럭거리면 게슴츠레한 눈으로 꾸벅 인사한다 “다녀오세요” 쓰윽 쓱 아빠의 손길이 지나간 자리 아파트 벽이 환하게 밝아진다 심사평; 외줄을 타고 아파트 벽면을 도색하는 아빠의 노동을 희망의 빛으로 잘 치환하였습니다. (천수호 시인) 슬그머니 자.. 2023. 5. 12.
최고의 선물은 당신입니다 요즘 캘리에서 벗어났다. 처음엔 필압과 물감 번지기 등 재미가 솔솔 했는데 꾀가 나서 점점 붓을 잡기 싫어졌다. 이달엔 재등록하지 않아 시간적 여유가 약간 생겼다. 그 남은 시간은 슬렁슬렁 논다. 인터넷에 많이 있는 작품을 보고 따라서 쓰고 캘리 함께 하던 사람들과 따로 만나 한 시간씩 그리기로 했다. 시간 있는 사람끼리 카페나 문화센터 휴게실에서. 취미로 했던 거라 5개월간 즐겁게 잘 배웠다. 후련하기도 하고 그렇다. 마지막으로 한 그림이 '최고의 선물은 당신입니다'였다. 2023. 4. 12.
수필 ; 헌책방을 읽다(김이랑) 제6회 천강문학상 수상작 헌책방을 읽다 김이랑 텅 빈 가게, 빛바랜 간판만이 여기가 한때 버림받은 책들의 처소였음을 알린다. 아무런 안내가 없는 것으로 보아 머지않아 지도에서 사라질 모양이다. 발품을 보태 법서를 사던 시절부터 허기를 채워준 곳인데, 허전한 걸음으로 나는 다른 보물섬을 찾아 떠난다. 헌책방의 질서는 뒤죽박죽이다. 정해진 자리는 형식일 뿐 계급이나 서열이 없다. 펄벅의 대지 위에 한국의 야생화가 피고 백과사전에 눌린 시집이 숨을 못 쉬겠다고 엄살을 떠는가 하면, 돈키호테가 이순신 장군에게 창을 겨누며 어서 칼을 빼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큰스님의 어깨에 발을 척 걸친 동화를 보며 명랑만화가 깔깔거리고 명심보감이 옆에서 웃음을 꾹 참으며 앉아있다. 법전을 깔고 앉은 사형수의 참회록과 명작 위에.. 2023. 3. 23.
김이랑 작가님 문예창작실 서울 강의(제2기 수강생 모집) ◆수강 대상(시, 수필, 소설, 동화) - 문장의 기초부터 탄탄히 다질 분 - 여러 강좌를 들어도 작품이 나아지지 않는 분 - 틀에 박히지 않는 새로운 강의를 찾는 분 - 수준 높은 과정을 통해 실력을 키운 뒤 신춘문예 및 공모전으로 나갈 분 - 등단했지만 실력을 더 키울 분 ◆커리큘럼 - 문장반 6개월 ; 감각적 글쓰기 실전서 (문장의 문학적 메커니즘) 공부 문장의 원리와 문학적 문장을 익힘 다양한 문장 쓰기 연습(스무고개) - 중급반 1년 ; 수준 높은 작품을 창작, 개인의 목표를 지향(신춘문예. 공모전) - 심화반 2년 ; 등단 및 작품집 발간, 아르코 창작기금 준비 ◆수강 비용 ; 문장반 6개월 50만 원(매회 강의실비 5천 원) 이후, 창작반 이상은 반 편성에 따라 추가됨 ◆장소 및 시간 - 장.. 2023. 3.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