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569 여전히 즐겁게!ㅡ 엽서 '사랑합니다' 만 예쁘다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일 년 내내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는 시간이 기다려지는 이유가 이런 결과물이 따박따박 나오니까 그렇다. 수업 후에 카페에 앉아 커피도 한 잔 마시고 온다. 이러다 화도읍내 아는 사람이 한 백 명쯤 생기지 않을까 싶다. 열심히 일주일에 한 번 그려오는 자질구레한 이런 것들을 남자가 앨범에 차곡차곡 꽂는다. 부탁하지 않은 것을 정리하는 까닭은 아마도 거실 왼쪽과 정면에 두어 개씩 거실 탁자에 서너 개 꽂아 둔 그림이 어수선해서겠지. 말로는 앨범에 두면 보기도 좋고 뭐 그렇다는데 속 마음을 모르겠다. 여기저기 붙여놓고 보는 재미가 솔솔 했는데 나만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캘리 수업 다녀온 날은 위에 올린 사진 속의 작품을 펼쳐놓고 퇴근하는 아.. 2023. 2. 8. 그리는 재미 요즘도 목요일이면 캘리그래피 강습생이 된다. 이번 달에는 우리 문화센터 정원 열 명인데 두 명이나 자리가 없어 등록을 못했다. 작년에는 여섯 명이 수강해서 자리가 텅 비고 조용했다면 이젠 작은 교실에 열 명이 함께라 꽉 찬 느낌이다. 그중 놀라운 것은 새해 첫 수업이 있던 지난주에 83세 언니가 오셨다. 함께 오신 70대도 계셨다. 83세 언니가 까만 모자를 쓰고 밍크코트를 입고 오셨다. 대부분 청바지나 검은색 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패딩을 푹 뒤집어쓰다시피 오는데 깜짝 놀랐다. 모두가 휘둥그레 쳐다보고 그 언니한테 반했다. 화장도 보얗게 한 모습이 곱디고웠다. 돌아가며 소개했다. 이름과 사는 곳이나 각자 하고 싶은 말을 하는데 그 언니야가 우리 아파트에 산다고 하셨다. 상당히 진취적이고 열정 가득하시다... 2023. 1. 9. 교열 기자의 오답 노트 교열 기자의 오답 노트 (박재역 지음) 오늘은 이 책을 소개한다. 이 책을 쓴 박재역 선생님은 중학교 교사였는데 그만두고 동아일보 교열 기자로 입사했다. 퇴직 후에는 우리말의 바른 표기를 위해 책을 쓰시고 지금도 곳곳에서 강의하신다. 2005년부터 다음 블로그를 시작했다. 그럭저럭 18년이 되어간다. 처음엔 넋두리하고자 시작했고 지나온 날을 기록하면 어떨까 해서 시작했다. 그때는 먹고살기 바빠서 취미를 찾아다닐 틈이 없었다. 경제적, 시간적으로 그랬다. 해서 시간 나면 그저 책에 코를 박고 있는 것이 낙이었고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었다. 그러다가 끼적거리며 다른 세상을 만났다. 가족과 회사의 테두리에서 얼굴도 모르는 낯선 사람들이 써주는 댓글에 마음이 밝아졌다. 내 안을 채웠던 까만색이 하얀색과 섞이면서 .. 2023. 1. 2. 김이랑 작가님 서울 문예창작실 특별 강의 수필가이자 문학평론가이신 김이랑 작가님은 대구에서 문예창작실을 운영하고 계신다. 코로나19 전에는 한 달에 한 번씩 대구까지 가서 강의를 들었다. 서너 번 가고 못 갔다. 내가 김이랑 작가님을 알게 된 것은 신춘문예공모나라 카페를 통해서다. 거기에 작가님의 수필 여러 편이 소개되어 있다. 맨 처음 읽은 수필이 '헌책방을 읽다'였다. 그 수필을 읽자마자 머리에 뭔가 번쩍하면서 전율이 일었다. 이런 글이 진정한 수필이구나! 이렇게 써야 하는구나! 하며 작가님의 수필을 찾아 읽었다. 이미 여러 공모전에서 수상하셨고, 작가님의 수필은 감히 누가 토를 달 수 없고 따라가기 힘든 높은 경지에 오른 작품이다.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분이라 여러 공모전에서 심사도 하신다. 하지만 제자들이 응모하는 공모전은 절대 심사 의.. 2022. 12. 28. 그냥 참을 걸 그랬나 이달 초에 지인이 제주 여행하면서 귤 한 상자를 보냈다. 귤은 달고 맛있었다. 그득한 귤을 나눠 먹으려고 봉지에 담으면서 보니 더러는 썩고 얼은 것이 많았다. 날씨 탓에 그러려니 했다. 그러다 아래로 내려가니 깨진 것이 너무 많았다. 아무리 택배사에서 많이 싣더라도 이렇게까지 눌리고 깨지며 마른 듯하게 죽죽 금이 갈까 싶어 귤 상자에 들어있는 전화번호로 문자와 사진을 보냈다. 여남은 개라면 모를까 상태가 온전치 못한 건 이미 대여섯 개를 버렸는데 이건 아무래도 심한 것 같다고 했다. 사진과 문자를 보내놓고 20분이 지나도 소식이 없어서 전화를 걸었더니 사진을 보고 전화를 하겠다더니 잠시 후 전화가 왔다. 자신이 봐도 이건 좀 너무하다 싶다며 죄송하다고 다시 보내주겠단다. 많이 보낼 필요 없으니 조금만 보.. 2022. 12. 25. 뜨개실 방석 네 명의 언니 중 네 번째 언니는 다른 세 명의 언니보다 나랑 조금 더 가깝다. 나이가 세 살 차이로 바로 위 언니라 이론적으로 그렇다. 속엣말을 털어낼 때 잘 들어주고 언니 가족 다음으로 나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형부보다 내가 먼저라나(이 말의 정답을 안다) 살면서 내가 가장 지치고 초라했던 근 10년을 아무 말없이 응원해줬던 언니다. 여전히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라며 사랑해주는 언니에게 나는 많은 빚을 졌다. 내가 빚을 졌을 때도 신세를 졌을 때도 공치사 한 번 하지 않은 넷째 언니에게 항상 감사한다. 나는 팽팽 놀고 있는데 언니는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더니 세종시 청사 쪽 관공서 카페에서 계약직으로 일을 한다. 공무원과 출퇴근 시간이 같아서 할 만하단다. 자칭 알바천국이라며 어지간해서 놀지 않고 뭐든 .. 2022. 12. 21. 이전 1 2 3 4 5 6 ··· 9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