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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의 느낌...16

익숙함에 대하여 거래명세서를 쓰다가 택배 용지를 쓰다가 장부에 깨알 같은 글씨를 쓰다가 자꾸만 실수합니다. 겨우 익숙해진 숫자 2016이 부드럽게 쓰이는데 다시 2017로 바뀌고 보니 빨리 따라가지 못한 머리보다 손이 먼저 2016으로 써 버립니다. 수정 펜으로 고치고 다시 쓰면서 또 틀리기도 합니다. 익.. 2017. 1. 19.
나무 무덤 그들의 무덤이 날로 늘어만 간다. 수런거리는 나물들 사이 초록으로 감싸진 수많은 무덤. 이른 아침 산꾼들이 무리 지어 길 양쪽에서 산으로 오르고 있었다. 산꾼들의 손엔 전기톱과 무덤에 쓰일 초록 보자기가 들려있고 단단히 여밀 노끈을 어깨에 걸쳤다. 한 면이 붉게 칠해진 장갑을 .. 2016. 5. 9.
야반도주 야반도주 (夜半逃走) 이 현 숙 도로위를 덜컹거리며 장롱이 달린다 낡은 고무바퀴는 제 허리를 잘라 장롱 허리춤을 돌며 바람을 보내는 길 장롱문이 삐걱 토해내는 옥양목 누런 천조각 늙은 어미의 눈물자국만 선명하게 떠오른다 펄럭이는 붉은 보따리에 총총히 박힌 별무늬 위로 진눈깨.. 2015. 11. 11.
안개 ~ 월요일 아침 9시 반 풍경~ 하늘이 안개로 덮힌 아침입니다. 안개는 새벽마다 분주히 산으로 올라 정상에서 쉼하는 시간. 영글어 매달린 밤과 도토리에겐 조금의 수분이 머뭄에 보탬이 되어 위안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부지런한 안개는 새벽마다 산위로 물을 져다 나르는 수고를 아끼지 .. 2015. 9. 21.
제비꽃이 보고 싶다.(詩) 듣지 말아야 할 것을 너무 많이 들었다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너무 많이 보았다 말하지 말아야 할 것을 너무 많이 떠들었다 듣지 않는 귀 보지 않는 눈 말하지 않는 혀 그래도 봄바람은 분다 그래도 제비꽃은 돋아 오른다 뜯어내도 송두리째 뿌리까지 들어내도 가슴에는 제비꽃이 한창이다.. 2015. 3. 30.
언제인가 어느 곳이나 언제인가 어느 곳이나 - 하 재 연 - 바람이 지나가고 벚꽃잎이 떨어진다 이 기차는 나를 어디엔가는 데려다 줄 것이다 떨어진 벚꽃 위로 떨어지는 벚꽃의 얼굴이 한순간 반짝인다 나는 올려다본다 스카 라스카 알라스카 단단하고 하얀 이름이 입속에서 조금씩 녹아내릴 때 내가 낼 수 있.. 2012. 4.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