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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의 느낌...

언제인가 어느 곳이나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12. 4. 25.

 

언제인가 어느 곳이나

 

     - 하 재 연 -

 

바람이 지나가고

벚꽃잎이 떨어진다

이 기차는 나를 어디엔가는

데려다 줄 것이다

 

떨어진 벚꽃 위로

떨어지는 벚꽃의 얼굴이 한순간 반짝인다

나는 올려다본다

스카 라스카 알라스카

 

단단하고 하얀 이름이 입속에서

조금씩 녹아내릴 때

내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또렷한 목소리로

너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한 꽃송이였다가 흩어지는 벚꽃잎들

 

이 기차는 나를 언제인가는

데려다줄 것이다

어떤 약속도 없이 매달려 있는 벚꽃잎의

무성한 색깔

 

스카 라스카 알라스카

바람이 지나가지 않아도

벚꽃잎이 떨어진다

 

반짝임이 사라지고

기차는 종착역에 닿는다

 

내가 불럿던 너의 이름이

벚꽃잎의 색깔과 함께 흩어지듯이

우리가 만났던 도시가 녹아내려

지구의 물이 되듯이

 

.....................................................................................................................................................................................................................................................................................................

 

벚꽃이 지는 요즘은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이 귀에 속속 들어온다.

이 계절에 딱 맞다.

이 시 역시도 딱 맞다.

 

벚꽃이 흐드러지는 날 기차를 타고

진해를 가야하는건지 가고 있는 건지 꽃잎이 데려다 주는 건지....

 

오늘 아침 비바람에 벚꽃잎이 눈송이처럼 많이도 많이도 날렸다.

부엌창가에서 이른 아침 준비를 하는 내게 난분분 춤을 추었다.

 

식탁을 오가며 상을 차리다 수저를 든 채로 그냥 멈추고 한동안 바라보았다.

내가 꽃잎인듯 꽃잎이 나인듯 무아지경!

 

그로인해 잠시 더뎌진 출근길 현관에서 부터 콩콩 꽃잎을 타고

뛰었다. 상큼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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