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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의 느낌...

사막에서는 그림자도 장엄하다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11. 11. 3.

 

사막에서는 그림자도 장엄하다.

 

      이원

 

이른 아침 교복을 입은 남자 아이가 뛴다.

바로 뒤에 엄마로 보이는 중년의 여자가 뛴다.

텅 빈 동쪽에서 붉은색 버스 한 대가 미끄러져 들어 오고 있다

아직도 양수 안에 담겨있는지 아이 몸이 출렁거린다

십수년째 커지는 아이를 아직도 자궁 밖으로 밀어내지

못했는지 여자의 그림자가 계속 터질 듯하다

그러나 때로 어두운 것은 아름다운 것이다

아니 때로 아름다운 것은 어두운 것이다

그림자는 몸을 밀며 계속 어둡다 깊다

무슨 상징처럼 부풀어 오른 검은 비닐봉지가

그림자 안으로 들어간다

그림자와 함께 간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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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등교길 여유없이 일어나는 아이들은 늘 바쁘다.

허둥대며 엄마는 더 바쁘다.

아이가 등교길을 되짚어 집으로 뛰어오며 "엄마! 실내화" 이런 일은

다반사였다.  초중학생 때는 잦았지만

고등학생이 되면서 많이 줄어든다.

우리 딸은 필통, 체육복이 주를 이뤄 뛰게했고.

 비오는 날이면 우산들고 올 수 있냐며

마음 무겁게 하기도 했다.

아들은 없으면 없는대로 실내화가 없으면 맨발에 양말을 새카맣게

 만들어 오기도 했다.

비오는 날 우산들고 간다면 빌려 쓰고 온다며

웬만하면 오지말라 했는데...

대부분의 학생들 뒤에 엄마의 부지런함과 한숨 그리고 의무

더 큰 사랑으로 그림자처럼 따라 다닌다.

행여 잊고 간 물건이라도 있으면 노심초사하기 마련이고.

 

그 붉은색 버스를 놓칠세라 엄마의 숨은 턱까지 차올랐을 것이다.

아마도 버스가 떠난 후에 느긋한 걸음으로 긴장을 풀었을 것이다.

세상 모든 엄마들의 사랑은 위대하고 장엄하다 어디에서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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