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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내 곁에

서랍속 갱지에서 찾은 글.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06. 5. 19.

 

이런 편지지 보신적 있으세요?

누런 갱지에 몇자 적으려니 자신조차 옛스러워지는

느낌입니다.

가정의 달 오월이라 여기저기 선물꾸러미에 몸도 마음도

바빠지는건 사랑도 있지만 관습탓도 있겠지요.

지난달 초등학교 동창회를 빌미로 고향엘 다녀왔습니다.

 

4월이었지만 한낮엔 초여름 뙤약볕처럼 더운날이었지요.

두 언니와 함께 간 터라 오랜만에 사진을 찍기로 했답니다.

21년전 아버지는 돌아가셨지만 고향엔 어머니가 계셔서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 산소도 들리고, 우리 7남매가

다녔던 초등학교와 우리동네 구석구석을 살피며.

몇십년전의 추억을 확인하고 되새김질 하며 행복한 한때를

보냈답니다.

 

카메라를 들고 초점을 맞추던 그때. 새삼스레 깜짝 놀랐지요.

렌즈속으로 들어온 어머니의 얼굴은 바로 제 얼굴이었거든요.

넓은 이마가 약간은 튀어나온 듯하고 갸름하고 작은 얼굴에

오뚝한 콧날, 그리고 작은 입술까지도.....

 

서른아홉해 적지않은 나이를 먹으면서도 자신이 어머니와 너무 많이

닮았다는걸 여태 모르로 살았다고 생각하니 가슴 한구석이 왠지 미안함과

코끝이 찡해옴을 감출 수 없었답니다.

 

그리고 또 해마다 한두번씩 들르면서 어머니 모시고 찍은 사진하나

없다는  사실이 가슴을 미어지게 하더군요.

효는 무엇이고 불효는 무엇일까? 새삼 철들은 것처럼 참으로 많이

생각한 하루였답니다.

 

 

세딸들과 찍은 사진속에서 어머니는 그 어느때 보다도 행복한

모습이셨습니다.

사진 찍는걸 좋아하시는 어머니!

사진속에서 환하게 웃으시는 그 모습을 제 가슴속에 오래오래 새기며

살아야겠습니다.

모란이 붉게 핀 화단에서 두 손 가지런히 모으고 앉아 웃고 계신 그모습이

제 방 액자에서 힘을 주시네요.

엄마 사랑해요!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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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책상서랍을 정리하다가 몇년전에 써놓은 갱지에 묻혀 있던

글을 보았다.

올해도 어김없이 다녀온 고향집에는 연로하신 어머니가 계셨지만

그때와는 너무도 다른 모습으로 계셨다.

슬픈 요즘이다...

내일은 어머니 뵈러 가는날 !

제발 건강한 모습이시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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