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른 봄
김 광 규(1941~ )
초등학생처럼 앳된 얼굴
다리 가느다란 여중생이
유진상가 의복 수선 코너에서
엉덩이에 짝 달라붙게
청바지를 고쳐 입었다
그리고 무릎이 나올 듯 말 듯
교복 치마를 짧게 줄여달란다
그렇다
몸이다
마음은 혼자 싹트지 못한다
몸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서
해마다 변함없이 아름다운
봄꽃들이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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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처럼 앳된 얼굴,
하얀 얼굴속에 감춰진 마음은 이미 어른인채로
엄마의 마음을 알고, 이모의 마음을 아는 준경이,
교복을 맞추는 곳에서 넉넉함을 강조하는 이모와
딱 맞음을 강조하는 어미와
약간 작음을 강조하는 준경이와..
고등학생이 되었다는 증명사진은
어느 탈렌트의 어린 모습보다 훨씬 이쁘고
방송국 근방에서 얼씬거리라는 주현이와 세현이,
두 오라버니의 말을 들으며
새봄속에 든 아지랑이 같은 여학생은
배꽃처럼 배시시 웃는다.
새로운 3월,
설레움으로 맞이한 3월의 첫 등교길을 준비하며
교실에 앉아 첫 선생님을 만나고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면서도
잊지않고 거울을 흘끔거릴 준경이,
하얗게 나온 종아리가 추위에 못이겨
오소소한 소름이 돋을지라도
이른 봄을 즐거워하며
몸에 맞는 교복의 매무새를
투명한 유리마다 비춰보는 그 아이의
미소속에서 이른 봄은 시작되었음을..
잊지마라.
죽기살기로 공부하라고
협박하던 무서운 이모를 잊지마라.
봄 속에도 꽃샘추위가 매섭게 기다리고 있음을..
ㅋㅋ
(진옥이의 한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