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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내 곁에

울엄마 ! !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06. 5. 10.

 

울엄마!

그제부터 뜬금없이 자꾸만 

목구멍이 근질근질하고 코끝이 시큰거린다.

울엄마.

작년부터 간간히 정신을 놓으시곤 까마득한 옛날로

돌아가 계신다.

 

엄마가 간간히 돌아가 계시는  그 시절이 일흔아홉 연세의

울엄마 평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일까?

가장 바빴던 시절일까?

아니면 너무나 평범했던 ,그래서 기억에도 없었던 어느 시절이었을까?

울엄만 그때의 나이로 돌아가고픈 걸까?

지금의 일흔아홉이 받아들이기 싫으신 걸까?

이효정의 우리 어머니 노래 가사처럼 떠나실 날 그다지도 멀지 않아서

그러시는 걸까?

 

슬펐다. 한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약한 자신이 슬프고 현실이 슬펐다.

진숙언니는 엄마에게 전화해서는 펑펑 울었다고 현실로 돌아온

엄마는 맑은 목소리로 내게 전한다.

나는 멀쩡한데....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사나흘간의 정신병원 입원 사실을 알고는 칠남매중 육남매는

뜨악하니 정신을 놓았다.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고 믿기 어려웠고 믿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시간 우리 남매들이 할수 있는거라고는 멀리 있다는 핑계아닌

핑계로 전화통에만 매달려서 서로의 입장에서 주관하고 객관화하고

있었다.

 

선뜻 모시기에 앞서지 못하고 현실의 삶에 더 충실해야만 하는 비참함.

그래서 빌었다. 제발 정신을 놓지 말으시라고 .

 

정신을 놓고 머나먼 과거와 얘기 나누시는 울엄마는 그 순간에도

수시로 전화기만 들었다 놓았다 하셨다니 정말 가슴이 미어진다.

하루종일 혼자서 자식들 전화만 기다리며 사셨던 독거노인이

바로 내엄마였으니.....

하루 한번 이상은 꼭 전화드려야지 하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이틀이 되고 사흘이 되고 그즈음이면  기다림에 지쳐버린 엄마에게

먼저 전화가 걸려오고 , 회식이라도 하고 늦게 온 다음 날은

애간장 다녹은 울엄마가 한가득 걱정을 머금고 일찌감치부터

전화를 하신다.

 

울엄마는 늘 육신은 쇠약하여도 정신만은 놓지 않으시리라

믿었는데....

올들어 벌써 두번째이다.

다행히 퇴원하셨지만 조마조마하다.

어버이날은 칠남매 모두가 우울하게 보낸 날이다.

제발 몸과 마음 생각 모두가 건강하시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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