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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내 곁에

울엄마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06. 3. 2.

우리 엄마. 엄마!

 

우리 엄마!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그러하듯이  그리고 우리 엄마처럼

연세가 많으신 분들은 더더욱 그러하듯이 .

자식을 많이 낳으셨고 그 많은 자식을 먹이고 입히기 위해

고생도 많이 하셨다.

 

어젯밤 걸려온 엄마의 전화는 며칠 전 통화 때와는 판이하게 다른

목소리 톤이기에 가슴이 두방망이질 해대기 시작했고.

설마하고 아니길 간절이 비는 마음으로 이런저런 일상적인 얘기를

묻고 답했다.  같은 물음을 되묻고 다시 대답하면서  중간중간 엄마는

몇 십년 전 얘기를 하셨다.

 

그러면서도 "엄마 지금 무슨 얘기야" 라고 물으니 "아무것도 아니다"

라고 도리질치셨다.

 

잠시 후 큰오빠와 통화하면서 뭔가 이상하다는 말을 전해듣고 다시 전화를

했는데 5분 전에 한 통화도 기억에 없으신 듯 저녁먹었냐는 말씀과

회사 갔다왔냐는 말씀과 애들 뭐하냐는  바로 앞의 통화와 똑같은 말씀을

하시고 나는 엄마 저녁을 잘 잡쉈냐고 입맛이 없더라도 꼭 잡수시라는

당부를 처음인양 하고 그저 엄마 또 전화할께 오빠네서 해주는 밥에 편안하게

푹 계시라고 했다.

 

그리고 올케언니랑 통화를 하고 엄마의 증세가 며칠 전부터 갑자기 심해지셨다는

말과 병원에 다녀왔다는 말을 들었다.

 

울엄마는 정신과에서 진료받은 결과 우울증이라고....

우울증이 머리끝까지 찼다는 그 말을 전해듣는 순간 가슴이 너무 아파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두 애들이 다가와 달래기에 더 가슴이 아파왔다..

지금 내가 엄마곁에 있었다면 위로라도 하고 엄마 손이라도 꼭 잡고 안아 줄 텐데.

 

다 커서 고등학생때 까지도  막내라는 특권으로 엄마 젖가슴을 수시로 만져대던

딸이 영천에서는 너무 먼 남양주까지 뚝 떨어져 살게 되었으니 얼마나 보고 싶으

셨을까? 

가끔씩 전화로 말씀하시기를 

"딸 다섯중 하나만 영천 집에서 가까운 곳에 시집갔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셨는데 그랬다면 엄마의 증세가 그렇게 까지는

되지 않았겠지.... 싶기도 하고 죄송한 마음 뿐이다.

 

시골 집에서 큰 방과 중간 방은 비워놓고 제일 작은 방에서 혼자 세월을 보내시던

우리 엄마는 매일매일 무슨생각으로 사셨을까?

퇴근 후면 전화해야지 마음먹고 있을즈음이면 엄마가 꼭 먼저 전화를 하신다.

"그저 심심해서 니 목소리 한 번 들어볼라고"

 이렇게 시작된 엄마와의 통화는 늘 내용도 똑같았다.

좀더 다른 물음과 다른 재밌는 얘기를 해 드릴걸.

그랬으면 엄마 정신이 좀더 온전하게 오래 보전되지 않았을까?

후회스럽다. 일곱 남매 중에서 엄마 마음을 가장 아프게 하고 있는 자신이 너무

죄송스럽다.

우울증이 너무 깊어 치매가 되다니!

 

오늘은 대구에 있는 병원에 입원을 하셨다는데 며칠 검사하고 결과봐서 약물치료를 해 볼 참이란다.

불쌍한 우리 엄마 자그마한 키에 42킬로그램이시던 지난 설날 뵌 엄마의 얼굴이

자꾸만 스친다. 

꼭 잡은 손을 놓기가 차마 아쉬워 눈물 그렁대던 엄마의 얼굴이.

불쌍한 우리 엄마!  제발 정신이 온전하시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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