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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시절

딸과 데이트(세미원)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19. 9. 16.

 

명절 나흘 동안 바쁘게 보냈다.

15일 연휴 마지막 날 피로한 엄마를 위해 딸이 엄마와 데이트하잖다.

가까운 두물머리 세미원을 갔다. 휴일이면 항상 밀리는 곳이라 일찌감치 나섰다.

전날까지 폭식하였기에 아침은 건너뛰고 가는 길에 북한강 줄기 따라가면서 커피를 사 들고 가기로 했다.

카페 세 곳을 들러도 문을 열지 않았다. 이른 시각이라 마지막으로 한 곳만 더 들러보자며 간 곳에서

분을 뽀얗게 바르고 전원주택에서 타박타박 내려오는 여주인을 입구에서 만나 카페에 들어섰다.

분위기 좋은 카페에 들러 커피를 준비하는 동안 딸과 사진을 찍었다. 역시 사진은 화장 후 단시간에

찍어야 잘 나온다며 몇 장 찍었다. 나이는 못 속이고 얼굴도 못 속인다.

생긴 대로 찍되 더 못나게는 안 나오게! 주름은 되도록 적게! 몸은 날씬하게! 

우린 값은 싸고 질은 좋고 양도 푸짐하게 같은 말도 안 되는 주문을 하며 키득거렸다. 

커피가 한 잔에 8천 짜리여서 그런지 내리는 동안 향에 취하였는데, 주인은 향으로 반은 마시는 거라며

자신감을 드러냈고, 장담컨대 여태 마신 커피 중 가장 향긋하고 그윽한 커피를 사 들고 나왔다. 

커피를 마시며 세미원으로 갔는데 9시 반쯤 되었다. 사람들이 구경하고 다니기 좋을 만큼 걷고 있는 틈으로

다리 아래 좋은 자리에 운 좋게 주차를 하고 세미원 후문 쪽 연잎 핫도그를 하나씩 사 들었다. 여기는 보통 줄

서서 기다리며 사 먹는 핫도그 포장마차다. 우리가 나올 때는 서른 명 정도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한 손에 커피를 들고 한 손에 핫도그를 들고 먹으며 세미원으로 가는 길에 캐리커처가 보여 둘이 같이 그려달라고

하려다 각자 한 장씩 그려 달라고 했다. 그림을 돌돌 말아 가방에 넣고 세미원이 처음인 딸과 함께 입장권을 끊어

세미원으로 들어섰다.

여유롭게 다리를 건너고 맑은 하늘과 초록 짙은 나무와 두물머리를 메우고 있는 연잎을 보며 걷노라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뙤약볕을 예상하고 모자를 챙겼으니 망정이지 모자 없었으면 모녀가 훤한 이마가

더 훤해질 뻔~ 했다.

때마침 열리는 사진전도 보고 연 박물관 구경도 했다.

입장료 5천 원이면 무료로 구경할 수 있다. 실컷 돌아다니며 구경하고 다양한 연의 종류도 보고 나니 벌써 1시가

훌쩍 넘었다. 근처 순두부집을 가니 줄이 길다. 가볍게 포기하고 막히지 않은 도로를 찾아 집 근처로 왔다.

브런치를 잘하는 카페를 가니 일요일은 하지 않는단다. 다시 브런치 전문 카페를 찾아가서 주스와 함께 푸짐한

점심을 먹고 목욕탕으로 향했다. 목욕탕 세신사는 마사지해달랬는데 퍽퍽 두드려대더니만 오늘 어깨며 등이 엄청

아프다. 나흘의 연휴가 이렇게 끝났다. 지금 가을볕에 눈이 시린 월요일 정오다.


출발~ 딸내미 차 안에서

커피 향 그윽한 그 집, 오시면 언제든지 함께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