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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베란다 앞 사랑의 벤치.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14. 6. 9.

우리 집 베란다 앞 풍경.

몇 년 전 이사 왔을 때 난 베란다 밖을 내다보며 세상에서

아마도 내가 가장 행복하지 않나...... 까지 생각했다.

가끔 이게 꿈은 아니겠지? 의심도 해봤다.

소박하기 짝이 없는 '나'니까 든 생각이었을 것이다.

 

3월의 조금 찬 바람에 이사 온 후 봄볕으로 바뀌는 4월의 어느 날은

그저 커피 한 잔을 들고 베란다로 나가 서성거렸다.

5월의 이른 더위에도 난 베란다에 돗자리를 깔아놓고 커피 한 잔과 책을 들고

분위기 팍~ 잡아보고 여름날엔 뜨거운 감자를 쪄서는 소금과 함께

오물거리며 나앉아 있기도 했다.

 

베란다에 앉으면 뽀송뽀송 빨래의 깔끔한 향과 함께 밖에서 들리는 

새소리 바람 소리 나뭇잎 부대끼는 소리까지 반갑고

멀리 놀이터에서 떠드는 아이들 소리까지도 싱그럽다.

이따금 손을 꼭 잡고 나타나는 이팔청춘들의 모습과 애완견을 데리고 나서는

옆 라인 부잣집 그녀도 반갑다. (벤츠와 비싼 오토바이의 주인이다.)

 

 

여기는 나만 좋아하는 공간이 아닌가 보다.

근처 남학생 여학생들이 시시때때로 찾아들어 도란거리며 데이트를 하는데

처음엔 그저 깔깔거리는 웃음과 함께 얘기 나누다 잠시 후엔 손을 잡고

여드름투성이의 그 얼굴들이 세상에서 제일 잘 생긴 남학생이고 가장 이쁜 여학생을

보듯이 사랑의 눈길과 청명한 울림의 목소리로 대화하며 서로를 바라보다

결국은 피 끓는 청춘들은 자제력을 잃은 것인지 애초의 목표가 그러한지

어색하고 부자연스런 떨림과 기대의 떨림으로 엉성하게 껴안는다.

뽀뽀^^ㅎ

첫키스의 설렘과 두근거림......

 학창시절 이성과의 스킨쉽은 평생 잊히지 않을 터인데

그들은 여기 7층까지 자란 메타세쿼이어 나무 아래 벤치에서 추억을 만든다.

이 벤치를 '사랑의 벤치'라 이름 붙였는데 가끔은 지나친 모습도 보인다.

아파트에서 다 보인다는 사실을 모르는지. 어찌하여 내가 볼 때마다 언제든지

여학생이 더 적극적인 모습이고 남학생은 수줍게 따르는 모습이다.

 자주 보다 보니 익숙한 커플도 있다. 그들의 데이트 장소임이 틀림없다.

 

그 모습을 보고 선뜻 뭐라 할 수가 없어 베란다 문을 여닫거나 

옷가지를 툴툴 털기도 하는데 후다닥 가는 학생들도 있지만,

고개를 돌린 채 나의 행동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커플도 더러 있다.

 

 커피를 들고 나서다 남학생과 여학생을 보고는 말려야 할지 그냥 둬야 할

어른으로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괜스레 서성거리다 돌아섰다.

그맘때의 풋사랑을 나 역시 해봤지만, 수위조절을 애들이 잘할 수 있을지가 염려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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