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원 참!
살다 살다 이런 날이 몇 번이나 더 있으려나?
나를 보면 사람들이 술 잘 마시게 생겼다고들 한다.
술자리에서 술 마실 줄 모른다고 하면 으레 내숭이려니...... 하고는
부득부득 잔을 쥐여 주고 술을 따른다.
요즘 술 못 마시는 게 자랑도 아니고 빼는 것도 꼴불견일 테니 말이다.
그러나 어찌 알까 내 속을!
청안 이씨 집안 아들 둘, 딸 다섯은 집들이하는 날 맥주 세 병 사다 놓으면
한 병은 따지 않은 채로 또 한 병은 반이 남은 채로 술잔에는 반 잔을 기점으로 각자 앞에
거품도 없이 애들 오줌 받아 놓은 듯한 모습으로 잔에 있는데
어쩜 하나같이 술이 한 모금 들어가면 얼굴이 달아오르고 한 모금 더 마시면 온몸이
후끈거리고 또 한 모금 더 마시면 기운이 쫙~빠지면서 나른하고
이후 더 마신다면 보호자가 필요하다.
지난 토요일 언니를 따라 강원도 화천 두류산 산행을 했다.
내가 간 산중에서 가장 높은 곳을 올라봤으니 나름 다리도 후들거리고 피곤했다.
김치찌개와 밥을 맛있게 먹는 중에 막걸리가 한 잔씩 오가고 당연히 나와 언니 앞에도
한 잔씩 왔다. 분위기에 맞춰 받아야 하는 것도 같아 한 잔쯤은 괜찮겠지! 하고 받아서는
반 잔쯤 마시고 잠시 쉬었다가 차를 탔는데 이상하게 식은땀이 나고 숨쉬기가 힘들어
다시 차에서 내려 철퍼덕 땅바닥에 앉아 버렸다.
찬바람을 쐬고 잠시 후 버스를 타고 집으로 오는 길에 그만 검정 봉투가 필요했고
얼굴이 하얘진 나는 죽을 것만 같았는데 옆에서 버스 세우라는 말과 함께
식은땀 범벅이 된 나를 차 밖으로 내리게 도와주고는 등을 두드리고 난리가 아니었다.
모르는 많은 사람은 아마도 나를 술꾼으로 여자가 대낮부터 어지간히 많이도
마셨다고 했을 것이다.
처음 보는 수십 명의 사람 앞에서 이런 일을 벌였으니 앞으로 그 산악회에는
창피해서 못 갈 거 같다.
언니 따라 마을금고 산악회에 난생처음 따라갔는데 앞으로 절대 산악회 같은 데는
따라가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요란을 떨고 법석이 났는데 화도에서 내릴 때까지 우리 언니는 취해서
잠자느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고 자다 깼단다.
삼신 할매가 우리 남매들에겐 알코올 해독 능력을 주지 않으셨나 보다.
이제는 정말 한 모금의 술도 끊어야지. 에 효 효 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