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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내 곁에

아들에게~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06. 9. 11.

 

아들아!

너에게 할 말이 참 많은 것도 같은데

막상 하려니 뭐라 시작해야 할지

 

되도록 스파크 튀지 않게 엄마도 조심하고

너도 엄마 말을 잘 들어야 되지 않나 싶어.

앞집 아랫집이 아마도 욕할 거야.

며칠 전에도 엄마가 소리쳤는데 어제도 그랬으니!

 

엄마도 자제가 되지 않아서 점점 소리가 높아가더라.

너도 네 입장이 있겠지.

물론 엄마가 이해 못 하는 부분도 있을 거고.

허나 다른 건 몰라도 이건 알아야 한단다.

 

너와 나는 수평관계가 아니라는 것,

마음으로는 수평관계로 친구처럼 편안하게 대하고

그렇게 키우고는 있지만

엄연히 그래도 엄마니까 수직 선상에 있다는 거지.

 

엄마가 말하면 한 번쯤 왜 혼내는지

뭐라고 답해야 맞는 말인지 생각 좀 하고 했으면 좋겠다.

네 입장만 주장하지 말고,

아무리 네가 공부를 하는 중이라도 엄마가 심부름을 시키면

해야 하는 거로 생각해.

엄마가 다림질하는 중이었잖아.

터무니없이 엄마가 티브이를 보면서, 아니면 뒹굴뒹굴하면서

너한테 심부름을 시키겠니?

웬만해서 부탁도 하지 않잖아.

 

어제 청소기 밀어주고 대걸레로 닦기까지 해줘서 고마웠어.

어차피 할 거면서 투덜투덜 대지 말고 하면 얼마나 좋으니!

그럴 거면 하지 마라니까 기어코 했잖아.

엄마 손가락 3개와 손목이 너무 아파서 펜 잡는 것도 이상해서

글씨도 바로 못 쓰는데.

아프든 아프지 않든 간에 네가 하기로 하고선 금방 안 했으니까

엄마가 짜증 났던 거지.

엄마가 만날 부탁하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가끔 네가 도와줬기 때문이잖아.

 

할 일 미뤄놓고 놀고 있는 거 엄마 질색이야.

게으른 게 뭐냐면

할 일이 있는데 '좀 있다가 해야지'하고 미루는 거야.

할 일을 어차피 다 하면서 늦게 한다는 이유로 게으르다는

소리를 듣게 되거든.

 

엄마가 늘 강조하는 거 있지?

할 일 해놓고 난 다음에 놀기!

요즘 들어 용돈도 전보다 많이 쓰는 거 같아.

용돈이 정해져 있는데 금방 써버리면 나중에 힘들어지니까

요령껏 나눠서 잘 쓰기 바라.

제발 말조심하고 공부 좀 했으면 좋겠다.

 

사춘기 때 인격 형성이 어른이 되어도 고쳐지지 않고 그대로

가는 거 같더라.

지금 남을 배려하는 말과 같은 말이라도 듣는이가 상처가

되지 않게 하는 요령이 필요해.

할 말을 그때그때 하란다고 무조건 하면 안 돼.

때로는 돌려서도 할 줄 알아야 하고

엄마가 간간이 하는 이런 말들 건성건성 넘기지 말았으면 싶어.

 

엄마가 힘들다.

이해를 잘 해주면 좋겠다.

이번 주부터 열심히 한다는 말 그 말 믿을 게!

 

네가 언행을 잘하고 다니면 엄마가 욕을 안 먹고

언행이 엉망이면 엄마가 욕을 먹게 된단다.

무슨 말인지 알지?

엄마가 제대로 못 키웠다는 말 듣고 싶지 않아.

엄만 아들 믿는다!

너도 엄마 믿고 따라와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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