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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내 곁에

생파(애들표현).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06. 9. 25.

 

 

 

 

토요일 .

애들이 학교 가지 않는 날이다.

출근하는 길에 학원 늦지 말라며 침대 머리맡에서

당부를 하는데 딸이 용돈을 두고 가란다.

잔돈이 없어서 오천 원짜리로 동생과 나눠서 쓰라 했더니

독서실에 가야 하니까 더 달라며 저녁밥까지 해결해야 하니

만 원이 필요하단다.

유료 독서실엔 하루 오천 원이고 점심과 저녁까지 해결하려면

최소 만 원은 있어야 한다.

아들 녀석 점심 저녁 해결은 오천 원이면 남겨 오겠지만

돈이 없으니 합해서 만오천 원을 두고 나섰다.

 

아들은 워낙에 벌벌~하며 돈을 아끼는 편이긴 하다.

아껴 쓰라며 당부를 하고 저녁나절에야 퇴근해야 하니

시험 준비하는 애들 용돈을 안 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긴 돈을 버는 목적도 애들을 위한 것이니까!

 

퇴근길에 딸에게 전화가 왔다. 집으로 얼른 오란다.

오후 다섯 시가 되어가는데도 햇살이 강해 긴 티셔츠를

입은 탓에 얼굴이 벌게지고 꽤 더웠다.

 

타박타박 땀 흘리며 도착했는데 10분 전에 통화한 딸은

벨을 눌러도 문을 열어 주지 않는다.

덜컥 걱정이 앞서기도 하여

급기야 열쇠로 따서 들어서니 현관부터 풍선 길을 만들어

두었다.

길 따라 들어서니 안방까지 알록달록 풍선으로

커다란 하트 모양을 만들어 두고 그 안에

케이크에 촛불을 켜놓고 폭죽을 터뜨린다.

나름대로 준비한 생일파티란다.

 

연일 야근에 미역국도 못 먹고 출근한 엄마에게 딸은

엄마 생일을 그렇게 준비하고 있었다.

사실은 미역국을 끓이려 했는데 할 줄 아는 친구가 아무도 없었고

자신이 없어 못 끓였단다.

 

가슴이 찡~하니 울렸다.

아침 잠결에 용돈 달라더니 기특하기도 하고 고마웠다.

나중에 하는 말이 풍선 부느라 시간 없고 바쁘고

정신없어서 혼났단다.

 아들은 이 모든 상황이 정리된 뒤에 친구와 놀다가

털레털레 들어와선 엄마 축하한다며 징그럽게끔

볼에다 뽀뽀를 쪽~ 한다.

힘든 나날이지만 이렇게 날 위해주는 딸과 아들이 있어

행복하다! 그리고 살 만하다. 또 열심히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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