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
애들이 학교 가지 않는 날이다.
출근하는 길에 학원 늦지 말라며 침대 머리맡에서
당부를 하는데 딸이 용돈을 두고 가란다.
잔돈이 없어서 오천 원짜리로 동생과 나눠서 쓰라 했더니
독서실에 가야 하니까 더 달라며 저녁밥까지 해결해야 하니
만 원이 필요하단다.
유료 독서실엔 하루 오천 원이고 점심과 저녁까지 해결하려면
최소 만 원은 있어야 한다.
아들 녀석 점심 저녁 해결은 오천 원이면 남겨 오겠지만
잔돈이 없으니 합해서 만오천 원을 두고 나섰다.
아들은 워낙에 벌벌~하며 돈을 아끼는 편이긴 하다.
아껴 쓰라며 당부를 하고 저녁나절에야 퇴근해야 하니
시험 준비하는 애들 용돈을 안 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긴 돈을 버는 목적도 애들을 위한 것이니까!
퇴근길에 딸에게 전화가 왔다. 집으로 얼른 오란다.
오후 다섯 시가 되어가는데도 햇살이 강해 긴 티셔츠를
입은 탓에 얼굴이 벌게지고 꽤 더웠다.
타박타박 땀 흘리며 도착했는데 10분 전에 통화한 딸은
벨을 눌러도 문을 열어 주지 않는다.
덜컥 걱정이 앞서기도 하여
급기야 열쇠로 따서 들어서니 현관부터 풍선 길을 만들어
두었다.
길 따라 들어서니 안방까지 알록달록 풍선으로
커다란 하트 모양을 만들어 두고 그 안에
케이크에 촛불을 켜놓고 폭죽을 터뜨린다.
나름대로 준비한 생일파티란다.
연일 야근에 미역국도 못 먹고 출근한 엄마에게 딸은
엄마 생일을 그렇게 준비하고 있었다.
사실은 미역국을 끓이려 했는데 할 줄 아는 친구가 아무도 없었고
자신이 없어 못 끓였단다.
가슴이 찡~하니 울렸다.
아침 잠결에 용돈 달라더니 기특하기도 하고 고마웠다.
나중에 하는 말이 풍선 부느라 시간 없고 바쁘고
정신없어서 혼났단다.
아들은 이 모든 상황이 정리된 뒤에 친구와 놀다가
털레털레 들어와선 엄마 축하한다며 징그럽게끔
볼에다 뽀뽀를 쪽~ 한다.
힘든 나날이지만 이렇게 날 위해주는 딸과 아들이 있어
행복하다! 그리고 살 만하다. 또 열심히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