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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내 곁에

우리 엄마.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06. 12. 26.

 

우리 엄마 몸은 차다.

얼음장이다.

지난여름 휴가 때도 찼다.

한여름 뙤약볕을 벗어나

잠시 그늘에 들거나 방으로 들어서면

엄만 바로 춥다는 말씀을 하셨다.

한여름 삼복에도 전기장판을 켜고

지낼 정도로 엄마 몸은 차다.

 

지난 주말 엄마와 하룻밤을 자면서

엄마 손을 잡고 또 놀랐다.

병실이었지만 방바닥이 따뜻해서

침대에서 내려와 바닥에서 엄마와

꼭 끌어안고 잤다.

 

여름날 차디찼던 엄마 손을 서너 달 잊고

살았다는 내 마음이 한심스러웠다.

너무 찬 손을 만지다가

일손을 놓아버린 찬 손이 여느 때보다도

곱디곱고 보드라워 또 한 번 놀랐다.

엄마 작은 체구 40kg 정도의 그 몸을

움직이기 귀찮다 귀찮다 하신다.

 

그래도 조금씩 10여m 되는 병원 복도라도

두어 번씩 걸으시라 신신당부했다.

휭하니 삐죽 얼굴 한 번 내밀면 그뿐인 것을~

자꾸만 부어오르는 엄마의 얼굴은

포실포실 살 오른 아가의 모습이다.

 

어쩌면 엄마 유년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쑥 든다.

애들처럼 맑아지시나 보다.

 

이틀 동안 통화를 못 한 탓인지 깊은 밤에도

새벽에도 자꾸만 엄마 생각이 나서

조바심을 쳤다.

엄마의 차가운 작은 몸이 생각 전부로

자리하고 여전히 불안한 밤이었다.

 

눈 뜨는 즉시 문안 전화부터 해야지 하고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힌다.

밤새 잘 주무셨는지......

 

지난번 내려갔을 때 보니 엄마 몸은

손만 찬 게 아니었다.

몸이, 엄마의 작은 몸이 다 얼음장이었다.

 

..............................................................

우리 엄마 퇴원하셨어요.

지금은 집에 계시지만 늘 걱정이랍니다.

어느 날 밤에 갑자기 자다 깨서 엄마 걱정에

뒤척거렸답니다.

밤에 화장실 간다고 방에서 댓돌로 내려서다

삐끗하셨다는데 연로하신 탓에 척추와 골반에

이상이 있지만 별다른 치료방법이 없답니다.

침 맞고 누워 계시거나 똑바로 서야 하고

앉으면 안 된다고 하네요.

우리 엄마 건강하시면 참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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