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딸의 생일이었다.
퇴근 후에 집에 오니 집안이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애들이 어질러 놓은 옷가지며 책과 필기도구가
여기저기 뒹군다.
또 여전히 딸이 옷을 꺼내 패션쇼를 하다가
학원으로 갔나 보다. 하고 대청소를 해야지 하며 마음을
먹고 아들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
아들이 자발적으로 누나 방 청소를 하겠단다.
의아해서 (평소에 아들 방도 제대로 안 치우는 녀석이)
누나 생일이라서 해주는 거냐고 물었더니..
대답이 정말 웃겼다.
사연인즉!
딸의 친구가 생일 선물이라서 과자 한 상자를 주고 갔는데
몽쉘통통이 대여섯 개가 있었단다.
그 몽쉘통통을 누나가 아주 맛있게 먹으면서
하나를 주더란다.
그래서 출출한 참에 먹었더니 정말 맛있더란다.
하나만 더 달라고 하니까 생일 선물이라며 주지 않았다나!
그러면서 동생 보는 앞에서 "아유 맛있어", "되게 맛있다"
이래가며 갖은 맛 난 표정을 다 지으며 맛있는 척을 했단다.
그걸 보면서 먹성 좋은 아들이 얼마나 먹고 싶었는지
누나한테 "누나 나한테 팔아" 하면서 거래를 시작했단다.
칼만 안 들은 딸이 몽쉘통통 하나에 천 원씩 두 개를 팔고
팔면서 조건을 또 붙였단다.
"내 방도 좀 청소해줘" 이러면서!
유난히 아무거나 잘 먹는 우리 아들 청소까지 하기로 하고
치사하게 과자 겨우 2개를 받고 2천 원을 주었단다.
얼마나 어이없고 우스웠던지!
아들 녀석은 그래서 누나 방 청소는 자기가 하겠다고 나선다.
그래 약속은 지켜야지 하면서 다시 엄마와 거래를 시작했다.
"옷가지와 다른 건 엄마가 다 치우고 청소기도 밀 테니까
청소기 민 곳은 따라 다니며 대걸레로 닦아"
그랬더니 그렇게 한단다.
어제저녁 딸 생일 선물로 우린 열심히 딸의 방 청소를
합심하여 해주고 저녁 내내 그 일로 키득거렸다.
여우 같은 딸은 생일이라 동생이 덤비지 않으리라 생각하며
동생을 그리 속이고 유유히 학원 갔다 독서실로~~ 다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