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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내 곁에

아들의 첫 수입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06. 12. 31.

 

 

우리 아들이

지난 토요일 느닷없이 회사로 전화가 왔다.

퇴근하려면 두어 시간 남았는데 어쩐 일인가 했더니

친구네 집에서 자겠다고 허락해달란다.

 

상원이라는 친구는 우리 집에서 가끔 자기도 하고

 먹고 놀고 자주 와서 아들처럼 여기고 있는데

상원이는 버스를 타고 20여 분을 들어가는

북한강 줄기에 자리 잡은 별장 같은 집에 살고 있다.

마당이 넓고 집이 따뜻하고 할머니 할아버지와 상원이 이모도 있어

  불편할 것 같기도 하고 외박은 시키지 말아야지 싶어

 거절했더니 상원이가 전화를 바꿔 사정한다.

 

회사에서 전화를 길게 받기도 곤란하고 지난여름 다녀오기도 했고

상원이 할머니와 통화도 가끔 하는 사이라 허락을 했다.

오후에 엄마 퇴근하면 보고 간단다.

 

 퇴근 후에 집으로 오는 길에

아파트 입구에서 세 명의 남학생이 어슬렁거리는 게 눈에 띄었다.

모른 척 집으로 빠른 걸음을 옮기고 있었는데

 아들 역시 엄마라고 멀찌감치서 알아보고 아기마냥 엄마라고 부르며 뛰어온다.

세 명이 우르르 뛰어오니 아들 셋을 둔 엄마처럼 동네가 들썩들썩한다.

추운데 어딜 돌아다니다 오냐고 했더니 잠시 친구네 갔다 오는 길이라 했다.

집에서 친구네 간다며 우물거리더니 돈을 펄럭거리며 자랑을 시작한다.

 

용돈은 떨어진 거로 아는데 웬 돈이냐고 했더니

난생처음 스스로 번 돈이라며 난리다.

혼내지 말라는 다짐을 받고 자초지종을 얘기한다.

찬선이와 상원이가 다니는 학원에서 전단을 돌리라고 했다며 만 원씩 받았단다.

찬선이와 상원이가 옆에서 거든다.

우리 아들이 다니는 학원이 아니라서 원래는 안 시킬 건데

자기네 둘 때문에 돈 벌게 된 거라며 우리 덕이에요! 한다.

 

그 돈으로 천 원짜리 시커먼 총을 사고 오백 원 짜리

과자를 사 먹고 남은 돈을 자랑스레 의기양양 들고 있다.

참 웃어야 할지...... 어이없기도 하고.

아파트 오르내리기 힘들어서 죽는 줄 알았다며 다리 아프다고 낑낑댄다.

 

돈을 버는 게 얼마나 힘든 줄 아느냐고 절약해야 하는 거라고

말하고 이왕이면 그 돈으로 필요한 곳에 쓰는 게 좋을 거라고 말했더니

머리를 잘라야 하는데 그걸로 한단다.

상원이네 갔다 오면서 머리도 자르고 차비도 하고 그러고도 3천 원을 남겨왔다.

상원이가 차비는 대줬다며 좋아다.

 

첫 수입이라 신기하고 좋아서 죽겠다는 표정인 우리 아들 .

벌써 내년이면 중3인데 어찌 보면 다 큰  같고

어찌 보면 아직 너무 어려서 아기 같아 걱정이다.

돈은 나중에 벌고 공부나 좀 열심히 하지!

 

준후야! 새해에는 학생의 본분을 지키도록 노력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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