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다섯시가 넘어서면서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소나기 내리는 동안 물방울 무늬 파란 우산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맘같아선 우산없이 비를 흠뻑 맞고 싶었지만,
근무중이라 참아야 했기에 우산을 들고 잠시 서 있었다.
땅에서 올라오는 흙냄새가 더위를 잔뜩 묻히고선 반란을 일으킨다.
'아~ 흙냄새' 오랜만에 맡아진 흙냄새!
소나기가 흙냄새를 다 덮어버릴 즈음에야 시원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작은 웅덩이에 잘박잘박 고인 물을 밟으며 상쾌하게 퇴근했다.
우리 아파트에 6시 45분경이면 항상 두부며 콩나물을 비롯하여
여러 식품을 파는 부식차가 오는데 오늘은 일찌감히 내려가 차를 기다리기로
했다.
출입구에 내려가니 아줌마들이 퇴근할때 두어명이더니 삼삼오오 무리가
되어 앉아 있다.
3미터 정도 넓이 층게참에 이쪽에 서넛 저쪽에 서넛, 두어명의 아이들이
중간에 왔다갔다하고, 두어명은 서서 속삭이기도 하고...
눈인사만 나누는 정도의 친분으로 전업주부들과 새삼스레 친한척 섞이기도
껄끄럽고 출입구를 막다시피 앉아서 수다 떨기 바쁜 그들을 지나쳤다.
내몸은 피곤한 상태이기도 했다.
부식차를 기다리는 동안 가로수 뒷편에서 바람을 맞으며 동네구경 하기로
했다.
동네 아줌마들이 수다떠는 그 가운데로 퇴근하는 아저씨의 쑥스러움이
지나가고... 꼬맹이가 과자를 먹으며 뛰어가기도 하고..
주차장에 속속 들어서는 차들을 보며 일렁이는 바람을 깊이 들여마시며...
그렇게 기다리는 동안 삼심여분이 흐르고...
오늘따라 부식차는 오지 않는다.
비온뒤라 촉촉하니 주변에 나무가 많아서인지 바람이 제법 시원했다.
바람맞는 기분이 이렇게 상쾌하다니......
결국 7시 30분이 다되어 집으로 올라오는 엘리베이터에서
딸랑딸랑 소리가 들린다.
아니! 기다릴땐 안오더니 20층 누르고 반을 지났는데..
어찌하오리까?
그래서 바람맞은 기분에 다시 내려가 달랑 두부 한모 사들고 올라오는데
시간이 아까워서~ 참말 시간이 아까워서~~
그래도 한낮에 힘들었던 더위를 식히기에는
오늘같은 바람은 정말 보약이더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