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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휴가~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06. 8. 8.

어디론가 떠난다는 것. 여행한다는 것은

기대와 설렘이 늘 함께한다.

그중에서도 기차여행은 왠지 모를 추억거리가 생길듯하고

편안함을 준다.   

그래서 떠났다.   기차를 타고......

실은 딱히 갈곳도 , 선택의 여지 또한 없다.

우리 7남매가 태어나 자란곳. 지금은 어머니 혼자 계신 그곳이

언젠가부터 휴가지이고 당연함이었기 때문에.

 

기차에선 따끈한 커피 한 잔과 크래커가 묘한 행복을 안겨주고,

서너시간의 여정동안 내딸과 내아들의 소곤거림에 귀를 기울이고

최신음악에 대한 정보와 함께 mp3 를 한짝씩 나눠꽂고  들으며

풍경을 감상하기도 한다.

 

긴시간 지루할 법도 한데 표정들은 상큼하다.

느즈막히 시골집에 도착하니 초저녁잠 많은 어머니는 한잠을 길게

주무신 후였다.

 

다음날 늦은 아침밥을 어머니의 닭백숙으로 시작했는데,

에그머니나! 울어머니 옷닭 해놓으신다더니 뜬금없이 오가피나무를

넣으셨다. 쓰디쓴 오가피를 너무 많이 넣으셔서 애들이 첫술에 질리고

난 꾹꾹참고 반그릇은 먹었다. 어머니께 미안해서......

 

아침식후 난 대청소에 들어갔다.

싱크대의 묵은 먼지와 장마뒤의 곰팡이 제거를 하기 위해 뒤집었더니

오전시간이 금방 지나고 오후 두어시가 되었다.

시골에선 빼놓을 수 없는 감자 쪄먹기! 어머니의 간맞추기로

달착지근하게 먹고 돌아서서 냉장고 청소를 시작으로 어지간히

마무리가 되어갈 무렵 한낮의 찌는 더위에 지칠대로 지친

어머니의 작디 작은 몸이 눈에 들어온다.

 

깨끗히 목욕을 시켜드리고 빨래를 하고 손톱 발톱도 말끔히 깎아드렸다.

개운하니 환해지시는 울어머니!

난 당부 드린다. 시어머니 잔소리처럼, 아니 그옛날 어머니가 내게

당부하던 그 모습처럼

' 엄마 깨끗하고 이쁜옷으로 입고 계셔. 나중에 남들 머릿속에 엄마가 추레하고

지저분하게 남아있지 않게 깔끔하게 그리고 냄새 안나게 옷도 자주 갈아입고

머리도 자주 감고, 틀니도 아침저녁 꼭 닦아야 돼요. 엄마 선선할때 아침저녁으로

조금씩 걷고 알았지 엄마? '    

그리고 또 덧붙인다.

'밥 꼬박꼬박 잘 드시고 ......'  '오냐, 오냐' 하시지만

세상만사 다 귀찮아서 그저 눕기만 즐기는 어머니가 너무 작아 보인다.

그래서 슬프다.

 

저녁엔 만찬이다.

호박잎쌈에 풋고추를 찍어먹으니 그야말로 웰빙음식 아니던가?

애들까지도 잘 먹는다. 할머니의 된장찌개는 정말 맛있다며

밥을 두세그릇씩 비운다. 기특하다.

 

다음날 어머니와 헤어지던 날. 애써 어머니의 눈을 피한다.

헤어질때마다 흐르는 눈물을 보이기 싫어서 큰오빠의 차에 냉큼 오른다.

뒤칸에 탄 딸이 훌쩍인다. 할머니 혼자 계셔서 외롭고 슬프다고.

그래서 나도 눈물이 흐르고 옆에 탄 큰오빠도 눈으로 손이 간다. 자꾸만.

 

돌아오는 길에 큰오빠와 큰올케가 먹거리를 한보따리 챙겨준다.

역플랫홈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큰오빠는 개찰구를 떠나지 못한다.

오빠 눈에는 아직도 여린 막내동생으로만 비쳐지나 보다.

들어가시라고 손을 몇번을 흔들었을까?  내리사랑이라더니 난 오빠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듯하다.

 

돌아오는 기차에선 모두가 조용하다.

따끈한 커피 한잔으로 일상으로 돌아올 준비를 한다.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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