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초에 여고 동창생 한명이 전화가 왔다.
5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모이자고,
그러더니 5월 중순에 다시 전화가 오고 문자가 불이난다.
모임이 연기되어 6월 3일로 정해졌으니 꼭 나오라며....
그 친구는 말숙이. 여고시절 같은반에서 꽤나 친하게 지낸
친구이기도 하고 서울와서도 스물 대여섯 까지는 서로 연락이
되다가 그 친구가 일찌감치 시집가는 바람에 어찌하여
연락이 끊어졌었다.
지난 토요일 하루가 지루하게 흐르고....
오후 4시에 퇴근을 하고 ...
바삐 집으로 와서는 애들 저녁 먹을거리 대충 챙겨놓고는
서울로 향했다.
도농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5시 반 모임이라는데 조금은
수다떨고 늦게 나오는 친구도 있으리라 생각하며
마음의 조바심을 가라앉히며 종로 3가에 도착했었다.
국일관 맞은편 참치회집이라는데 안건너도 되는 횡단보도를
건너고 전화하고 다시 왔던곳으로 또 건너고..... 헤매다 맞은편 도로에
마중나온 말숙이가 넓은 차도를 지나 훤히 눈에 들어왔다.
세월이 지나도 여전한 말숙이의 미소와 걸음걸이가 반가워서
웃음이 먼저 일었다.
마중나온 말숙이를 따라 친구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갔더니
고등학교때 다른반이어서 말도 한번 안해본 친구들도 있었다.
반가이 맞아주는 양숙이. 우리반이었던 옥선이, 지난번 휴게소에서
우연히 만났던 경화, 학교시절 간간히 눈인사만 했던 현수와 금숙이...
모두가 졸업후 두어달만에 만나는듯 그대로다.
여고시절 자그맣고 얌전하게 보이던 양숙이는 여성스럽게 치마를 입고
서울에서 잘나가는 영어학원 원장님이 되어있었고,
성격이 괄괄하던 약간은 덜렁대며 유난히 목소리가 컸던 말숙이는
신랑따라 백화점에서 매장을 한다며 여전히 날씬했다.
사투리를 거의 쓰지 않던 옥선이는 여전히 서울새악시 같았고
학교때보다 더 이뻐졌다.. 대전으로 이사했다는데 먼길을 달려와준
고마운 친구,
부잣집에서 편안하게 살고 있는듯한 현수 역시 학교시절처럼
얌전하다. 머리띠까지 세련되게 하고 ...
학교때 작은몸에 웅변을 잘해서 잊혀지지 않는 경화는 여전히
얼굴에서 눈만 보인다. 아직도 눈이 이쁘고 얼굴전체에 행복을
묻혀다니는듯 하다.
옆에 얌전히 앉아 있는 금숙이는 학교때처럼 얌전해보인다
하얀 면바지에 수놓아진 화려함과 함께 참한 며느리고 어느 서방님의
이쁜 새악시의 평온함과 행복이 그대로 나타난다.
어찌 이리도 다들 이쁘게 잘 살고 있는지 흐뭇~하다.
1년만에 가보는 노래방이라며 아우성인 친구들...
양숙이는 노래방에서 우아한 치마를 입고는 거의 앉아있는다.
경화는 웅변하듯이 노래를 씩씩하게 당당하게 잘도 한다.
금숙이는 성의껏 열심히 노래한다.
현수는 박강성의 노래를 너무 분위기 있게 불렀다.
옥선이도 열심히 당돌한 여자를 부르고...
말숙이는 목소리 큰 값을 한다.. 완전히 가수다!
나는 장윤정의 콩깎지를 부르며 박자도 더러더러 놓친다.
정말 반갑고 즐겁고 행복한 날이었다...
친구들아.... 담에는 남양주로 오는거 맞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