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풍경 ~
딸이 도서관을 가겠다는데 어찌 오전을 잠으로 때울 수 있으랴.
서둘러 빨래를 돌리고 약간은 이른 아침을 먹었다.
일요일이면 늘 대청소를 해야하기 때문에 서두르기 시작했다.
주부로서의 임무 수행중 하나가 쓰레기 분리수거와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가 번거로우면서도 귀찮은 일이다.
대충 마무리가 될 무렵 쓰레기 봉투를 양손에 들고 20층에서 내려가자니
세수만 겨우 한 몰골이 말이 아니었지만, 변화무쌍하게 땅으로 내려갔다.
어제와는 사뭇 다른 땅이 나를 맞았다.
부지런한 경비 아저씨가 물청소를 하셨나? 왜이리 보도블럭이 촉촉하고
말끔하니 샤워 끝내고 나오는 싱그러운 모습과 닮아 있을까? 갸웃하던
것도 잠시 ... 밤새 비가 왔었던가? 아님 새벽에 내린 비였던가?
주변이 주차된 차들 위와 목련나무 이파리에도 물기가 맺혔다.
어라~ 얼마를 곤하게 잤으면 비가 내리는지도 못 느꼈담!
연일 바쁜 업무로 야근까지 하고 감기증세로 좀 피곤은 했지만
우째 이리도 무디었을까 싶었다.
가만 가만 화단을 보다 깜짝 놀랐다.
이건 단순한 봄비가 아니었기에~~
너른 나뭇잎과 이제 막 봉우리 맺힌 꽃잎위로 사철나무의 자잘한
이파리 위로 누릿누릿한 흙들이 얹혀 있다니... 쯧쯧.
보도블럭을 다시 들여다보니 그곳 역시도 흙이 가장자리로 몰려 있고
눈을 들어 주차된 차들의 본넷을 다시 쳐다보니 이건 말이 아니다.
차들의 유리와 온 몸 전체에 황사먼지와 섞인 흙비로 단장을 하고
있었다.
아침소묘가 황사와 섞인 반갑지 않은 봄비의 그림이라니~~
언뜻 보기에는 말끔하다만 자세히 보니 얼룩투성이라.
우리들의 모습 또한 그럴 수 있지 않나 싶어진다.
잠시 마주친 모습에서 풋풋하게만 느끼다가 자세히 알아갈수록
그사람의 단점과 오점을 많이 발견하게 되는 게 아닌가 하고.
아침풍경을 보며 잠시 자신을 돌아보게 된 날이기도 하다.
지금은 여유로운 한 잔의 차와 함께라 참 좋은 날이다.
이제 겨우 햇살이 한줄기 비치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