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에 이곳은 땅이 젖을듯 말듯
비가 내렸다.
그날 경상도 지방에는 제법 많은 양의 비가 내렸다는데...
다음날인 토요일은 이곳 남양주는 따사롭다 못해 더위까지
몰고온 듯했다.
시골계신 어머님 뵈러 7남매중 5남매가 만남의 광장에서
만나 차 한대로 가기로 약속이 되어있었기에
비오는 금요일 저녁부터 마음은 뒤숭숭하니 숙제를 미뤄놓은듯
마음이 가라앉질 않았었다.
금요일 퇴근길에 셋째 언니와 우리 집에서 미나리 무침과
갓김치를 놓고 대충 저녁을 먹자며 둘이 식탁에 앉아 밥을 한 숟가락
뜨는데 문자가 울렸다.
대구에 있는 친구가 '슬픈소식이라며 친구의 비보를 보냈다.
온몸에 소름이 돋고 내몸이 그자리에 굳어 버렸다.
얼마 잔 동창회 때 서방님 홀아비 소리 들을까봐 부부동반 모임에 가고
동창회 참석을 못했던 그친구의 슬픈 소식이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멀쩡하더니 교통사고도 아니고...
문자 보낸 친구에게 전화했더니 원인을 모른다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같다는 그 말에 말문이 막혔다.
마흔 넘은 지 얼마나 지났다고 독하게시리.
작년 봄 초등학교 졸업 후 처음으로 만나게 되어 반가움에 웃고
떠들고 소녀처럼 행복해 하던 모습이 내 머리에 그대로 남아 있는데..
믿어지지 않았지만 거짓말은 아니었다.
그렇게 밤 아홉시가 조금 넘어 영천에 도착해 잠시 엄마를 뵙고는
병원으로 향했다.
졸업후 처음으로 만난 순옥이라는 친구는 부산에서 달려와 주었고
성주에서 달려온 친구도 있었고 서울에서 기차 타고 와 준 친구와
대구 영천 구미에서 스무 명쯤 되는 친구들이 모여있었다.
그 많은 친구들 모두가 묵묵부답 공허해했다..
가버린 그친구는 늘 밝았고, 분위기에 잘 어울렸고 , 성격도 좋았다.
특별히 문제도 없었다는데...
지난 가을부터 그친구가 지은 흑미를 팔아주기도 하고
간간히 통화하며 아무런 눈치도 채지 못했었는데.
언니처럼 내 고민 들어주고 내가 아프다면 자주 전화해주던 그 친구
안타깝고 아까워서 가슴이 미어진다.
병원 입구에 즐비하던 흰꽃들도 원망스럽고
가까이에 살고 있던 친구들도 원망스럽다.
그 친구의 고민과 마음을 읽어주지 못하고 늘 위로만 받던 나 자신이
밉다.
바보같이 뭐가 그리 급했을까.
정말 바보다.
남겨둔 남편과 세 명의 자식들은 그 친구를 얼마나 그리워할까?
그리고 얼마나 원망을 할까...?
병원 앞에서 친구들도 모두 할말을 잃었다.
가장 먼저 스스로 세상을 버린 그 친구를 우린 어떻게 기억할까?
삶이란 무엇일까?
나 하나 가면 모든 것이 그만일까?
어찌보면 눈감고 나면 그만인 것이다.
남은 우리들의 기억속에서 잠시 스칠 뿐이다..
바보. 아직도 살아 갈 날이 더 많을 시절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