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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갈등.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06. 3. 22.

갈등!

살아가면서 무수히 많은 시간을 갈등한다.

주부로서 일차적인 갈등을 느낄 때는 국을 끓일까, 찌개를 끓일까에서

시작하여 국이면 무슨 국을? 된장국? 육개장?  뭐 이런씩이다.

 

행여 일이 많아서 야근을 할 때면 항상 짜장면과 짬뽕에서 갈등이고,

냉면집에서는 물냉면이냐 비빔냉면이냐가 갈등이고,

만두집에선 물만두냐 군만두냐 찐만두냐.... 이렇게.

 

오늘 역시도 그랬다.

출근과 동시에 매출 전표를 끊어놓을까 아님 잠시 현장에 들렀다가

짐 실은 차가 떠날 때쯤 끊을까 하다가 슬슬 귀찮아지는 마음에

현장으로 가서 모닝커피를 마시고 주저앉아 버렸다.

 

황금같은 점심시간에 차가 떠나는 바람에 짧은 점심시간을 할애하여

전표를 끊었으니 아침 나절의 갈등이 잠시의 손실을 가져온 셈이다.

 

오후에는  일손이 딸리는 관계로 재단을 약간 도와주었는데 천의 길이가

애매해서 가로로 돌렸다 세로로 돌렸다 그래도 손실이 적은 가로로 두겹을

하여 자르고 아래 위로 각 3센티 정도의 버려지는 천이 나오고

다음단계로는 좀 더 큰 사이즈를 재단하다 보니 위에는 거의 1센티정도의

자투리가 나왔지만 아래로는 13센티 정도의 자투리가 생겼다. 길이가

그리 많이 길지가 않아 우리가 쓰는 용도로는 마땅치가 않아 쓰레기통에

뭉뚱그려 버렸다.

버리면서 잠시 갈등을 느꼈다면 아마도 스트레스를 덜 받았을 텐데.

쓰잘데없이 자주 느껴오던 갈등을 그땐 아무런 느낌도 없었으니........

 

사장님께서 일의 진행을 보러 오셔서는 쓰레기통에 버려진 자투리를

뒤적쥐적 하더니 바로 한말씀 하신다.

"이런씩으로 재단을 하면 버리는게 너무 많아서 안된다" 면서,

옆에 언니는 어떻게 해도 그 정도는 버릴 수 밖에 없다며 얘기했지만,

두었다가 다음에 쓸수도 있으니 모았어야 한다는 거였다.

아차 하는 순간 때는 이미 늦은 것이었다.

 

조금의 실수도 용납키 힘들어 하는 사장님이고, 모든 부자재를 아끼기에

앞장서고 쓰레기통을  가끔 뒤져서 소각로 앞에 갔다가도 다시 사장님의

손에 붙잡혀 오는 것들이 왕왕 있는데 그걸 깜빡했던 것이다.

물론 아끼는 게 좋은 거고 부자가 되는 지름길이라지만 좀 심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닌 사실이고 보니

오늘 이 순간에는 왜 공장안에 활활 타오르는 나무난로가 있었는데

그걸 생각 못했을까? 싶었다.

잠시 후환을 생각하여 흔적을 없앨까 말까하고 생각했어야 하는 건데.

도와주려다 괜스레 찜찜하게 스트레스를 얻은 셈이다.

 

그래서 마지막엔 또 한 번 갈등했다.

이놈의 회사를 다녀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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