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유월에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22. 6. 17.

유월이면 초록의 싱그러움이 오월보다 강하다.

내리쬐던 햇살이 조금은 강렬해지고 가려주는 나뭇잎도 넓게 퍼진다.

때맞춰 며칠간 비가 내려 가뭄에 다소 도움을 줬다. 

한길 왕복 8차선 도로 옆에 얼마 전 심어둔 나무가 이름도 성도 모를 정도로 배배 말라 초록잎이 갈색으로 변하고 몇 잎만 겨우 초록색이면서 쭈글하게 늘어져 있었다. 오늘쯤 이파리가 좀 넓게 펴졌으리라 믿어본다.

하필 이 시기에 나무를 죽 심어놓아 의아했다.

그곳은 다른 나무도 많아 나로선 굳이 심어야 하나 의심스러운 곳이다.

그나저나 나무가 많으면 좋기는 하다. 그 나무가 잘 자라길 바랄 뿐이다.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은지 한 달이 지났다.

은쟁반에 옥구슬은 아니어도 딩딩 기타 소리는 나야 하는데 쇳소리가 난다.

게다가 몇마디 하면 그나마 목이 아프고 소리가 나오질 않아 입을 닫는다.

귀는 두 개, 입은 하나라서 많이 듣고 적게 말하라는 말은 익히 알고 있지만

그동안 그 실천을 못해서일까 요즘은 많이 듣고 적게 말해야지 하는 마음가짐이 새삼스럽게 생긴다.

전에도 자주 남들과 만나 얘기하고 헤어지면 혹시 실수라도 한 말이 있지는 않았나 생각하곤 했다.

나의 실수로 상대가 상처를 입을까봐 신경이 쓰였다. 

목이 아프고보니 요즘 잠시 잊었던 그 마음을 다시 불렀다. 조심하고 상대를 아프지 않게 해야지 하는 마음이 새록새록 생긴다. 혹자는 했던 말을 또하고 다시 하고 거듭 하기도 한다.

그 말이 좋은 말이면 좋으련만 대부분 남을 헐뜯거나 남의 행동거지를 꼬집는 말이다.

그 말을 하는 자신은 어떤 행동을 하는지 먼저 생각해봐야 옳다. 그렇지만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을 보면 자신을 돌아보거나 자신의 어떤 말이 남에게 상처를 주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새삼스럽게 나는 뒤에서 뒷담화하는 사람과 어울리는 걸 자제해야지 한다.

목 아픈 이후로 점점 더 나를 돌아보게 된다.

병원도 이비인후과와 건강검진을 받고 내과와 갑상선과 흉부외과며 두루 다녔다.

큰 병원을 가기 하루 전에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가야 하고...

이래저래 바쁜 봄날이고 아픈 봄날이다.

큰 병원 가기에는 그리 심각한 질병이 아니라 살짝 고개를 숙였다.

기침이 3주간 지속되어서요 하고 말했다. 한 달간 1kg 정도 빠졌고 입맛도 없어요.라고 말하며 혹시 중병이 아닌가 의심스러웠다. 심드렁하게 의사가 말했다. 역류성 식도염과 비염을 같이 치료해야 하고 어쩌면 평생 약을 먹어야 할 수도 있다고.

올해 갑상선 기능 저하증 진단으로 약을 먹기 시작했는데 위장약까지 먹는다.

난 태생이 약하게 태어났다고 말하는 큰 언니의 말이 실감난다. 

엄마의 빈 젖을 물고 살았으며 초등학교 졸업할 때 28kg 에 맨 앞자리에 앉았으니까.

이젠 열심히 운동하고 잘 먹고 잘 사는 데 자꾸만 병원 순례를 하게 되어 속이 상한다.

이번 주 월수금 수영을 몽땅 빼먹었다. 기운나는 법을 찾아봐야겠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냥 참을 걸 그랬나  (20) 2022.12.25
어우렁더우렁  (10) 2022.12.15
앞 산의 품은 늘 좋다  (0) 2021.06.30
별을 셀까? 양을 셀까?  (0) 2021.06.06
민들레 그림전(박은라 화백)  (0) 2021.06.03